결론적으로 말해서 참으로 괴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지역 주민들을 이렇게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 주민들을 화나게 하더니 이번에는 과학벨트로 충청권 주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어 보기에 참으로 안타깝다.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 연구원 본원은 대전에, 연구원 연구단은 대구, 광주로 쪼개서 분사 배치한다는 것이다. 문화일보(4월 7일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4일 대구시장, 경북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이후 이런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의 미래를 먹여 살릴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걸린 국책사업을 이런식으로 지역이기주의의 재물로 보듬어 안을려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대한민국의 과학수준은 세계에서 500위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수준이라면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국가의 원대한 프로젝트다. 그래서 과학벨트는 3조 5,000억원이 투입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기초과학 전 분야에 걸쳐 50개 연구 그룹을 집합시켜 기초과학연구원, 다양한 연구 실험에 활용될 중이온기속기가 과학벨트를 지탱해 주는 견인차다. 때문에 마땅히 한 곳에 배치돼야 애당초 벨트가 목표로 한 ‘집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벨트를 토막을 내 분산시키겠다는 것은 참으로 기상천외하다. 국내외 뛰어난 과학자들이 한 지역에 모여서 최고의 연구 성과를 공동으로 획득하고 연구를 진행해야만 국내 기초과학 수준이 빠는 속도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을 모르는 필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여권 일부 인사들은 ‘도시가 아니라 벨트이기 때문에 길게 걸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모양이지만 세계 어디에서 과학벨트를 여기저기 쪼개어 분산시킨 나라는 없다. 독일의 ’다름슈타트‘나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클파크‘ 등 각종 과학단지가 가까이는 15분에서 멀리는 20분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전국에 분산 배치할려고 하는 것은 망국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먼 국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대선에서 얻을 표만을 의식해 지역이기주의에 편승 굴복하고 보자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핵심 자원이 분리, 분산 된다면 벨트라는 개념은 없어지고 만다. 만일 과학벨트를 3곳으로 분산한다면 찢어진 연구원 - 중이온가속기가 없는 연구원은 그저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지방연구원에 불과할 뿐이다. 문화일보(4월 7일자)에 따르면 한국 토지주택공사(LH) 본사 유치를 둘러싸고 또 다른 쪼개기 시나리오가 노골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완주 전북지사는 6일 분산 배치를 주장하며 삭발식까지 했다고 한다. 민주당 역시 LH 본사 분산 이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LH 갈등의 출발은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구상이 발원지이다. 토지공자는 전북 전주로.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로, 각각 쪼개어 이전키로 결정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두 공기업의 통합으로 두 도시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이는 정부가 두 도시의 갈등을 조장한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부적격 판정이후 영남권 달래기를 위해 LH 본사가 경남 진주로 유치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전북 전주시가 본사 분산의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북 전주든 경남 진주든 본사가 한 곳에 있어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통합 취지와도 맞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서도 안되고 굴복해서도 안된다. 거듭 말하지만 과학벨트는 애당초 공약한 대로 충청권에 조성되는 것이 맞다. 3년동안 끌면서 결정을 미루다가 지난 2월 1일 방송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번복했다. 그 바람에 충청, 대전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는 마치 동남권 신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가 이제 와서 무산시켜 영남권 주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것과 같다. 거듭 말하지만 정치적 배려로 과학벨트를 여러 곳에 분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7일 출범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위원회가 내놓은 ‘과학논리’로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논리’에 따른다면 우수한 과학영재를 육성하고 있는 ‘카이스트’가 있는 충청권에 과학벨트가 조성되는 것이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