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답을 내놓지 않는 것은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슬쩍 발을 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월급 많이 받는 고위 공직자야 그까짓 기름값 몇 푼 올랐다고 가계에 주름살이 지는 것도 아닐테니 굳이 여러 사람 눈치를 보면서까지 유류세를 인하 할려고 하겠는가 마는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면서 유류세 인하에 목을 메는 사람은 결국 서민들 뿐이다. 그래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대해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서민들만 허리가 휘어진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일 현재 리터당 1,947원으로 가장 비쌌던 지난 2008년 7월 16일 1,950원과 불과 약 3원 낮은 가격이다. 지난 15일 현재 서울 등 대도시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9원으로 이미 2천원 선을 돌파했으며 지난 2008년 7월 13일 2,028원에 근접했다. 문제는 중동 현지의 원유 시세가 오르면 국내 기름값도 곧바로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원유를 선박으로 국내까지 운송하는데 4 - 5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현물 시세가 올라도 4 - 5개월 후에 오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정유회사는 현지 원유 시세가 오르면 곧바로 기름 값을 올린다. 반면에 현지 원유 시세가 내릴 때는 4 - 5개월이 지나서야 기름 값을 내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제유가의 상승은 정유업계에 막대한 이익을가져다 주지만 서민들은 죽어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물가산정의 비중이 큰 기름 값을 잡겠다고 호언 했지만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서민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는 정유회사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할 때 기름값 인하를 기대했지만 요즘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정유회사가 리터당 20 - 30원 가량의 이익을 포기하고 기름 값을 인하 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실효성이 큰 유류세 인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가격의 절반을 유류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유류세를 인하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도 있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검토라는 에드블룬만 띄어놓고 지금까지 아무말이 없다. 다만 정유회사 독과점 문제만 언급하고 있을 뿐 세금 손실을 우려해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주유소를 찾아 정유회사들의 독과점 문제를 재차 언급한 적이 있다. “주유소들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공개돼 투명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유회사들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확실히 독과점에 따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로 정부도 같은 생각”이라며 정유업계를 압박했다. 이런 윤증현 장관의 말은 현재 기름값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대다수가 자영업자인 주유소 편을 든 것이며 또한 정유회사를 고립시키고 기름값 인하에 대한 정유업계에 공세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이런 입장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유류세 인하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정상적인 정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주영섭 실장의 말대로 하면 지난 2008년 유류세 인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됨에 따라 그 시점에 대해 정부는 고민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유류세 인하의 적기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그것은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함에 따라 오히려 현시점이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낼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유류세 인하는 고소득 층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고 세수 감소 등의 논란도 상존하지만 서민들의 기름값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유류세 인하에 대한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1%가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난 2008년 유류세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가 민간업자인 정유회사만 압박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은 서민들을 화나게 하는데 충분하다. 지금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치솟는 기름값과도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을 낮추는 것은 물가를 잡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