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속셈은 뻔하다. 일본 도후쿠(東北)지방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 화산 등에 대한 공포가 커진 분위기를 악용해 천안함, 연평도 도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뒤에 묻어 두면서 남북대화를 이끌어 내어 쌀과 비료 등 대북지원을 받아 보려는 속셈이다. 백두산 화산 분화(噴火) 가능성에 대해 한국, 중국 등은 상당한 연구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은 백두산을 김정일 생가가 있는 "혁명의 성지(聖地)‘라고 주장하면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돌연 ’백두산 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어려운 식량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대화의 빌미를 제공한 후 대규모 쌀과 비료 등을 얻을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10월 27일 - 30일 대한지질학회 학술발표에서는 활화산(活火山)인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와 지진, 산불 등 대형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3일부터 14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행위의 중단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지난 15일 전달했으나 북한이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그런데 돌연 백두산 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지진 공포를 악용해 대규모 식량을 얻어내기 위한 위장 대화 공세임이 뻔하다.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 중단된 것은 지난해 3. 26 천안함 폭침과 11. 23 연평도 포격 도발, 이에 앞서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도발 때문이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남조선 모략극’이라며 지난달 9월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결렬시켰다. 그래 놓고 지금 느닷없이 ‘백두산 회담’을 들고 나왔다. 무엇을 노리는지 속이 환하게 들어다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17일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모략적 정체가 드러난 사건’이며 ‘연평도 도발은 응당한 대응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런데도 정부 일각에서는 남북 대화, 정상회담, 식량지원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정말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음흉한 계략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718, 1874호 대북 제재결의 위반이 명백한 만큼 6자회담이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 대표는 며칠전 북핵과 백두산 화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두산 화산 문제는 굳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데도 이와같은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가 원칙을 포기하고 섣불리 남북대화에 나가서는 안된다. 북한은 항상 말과 행동이 다른 집단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이질적(異質的) 집단에 끌려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백두산 회담에 응하지 말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식량사정은 매우 절박하다. 하지만 북한군의 식량은 충분하게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이야 굶어 죽던 말던 북한군만 틀어쥐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백두산 관측과 관련된 남한의 지원은 북한 내부 주민 선전에도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백두산에 위치한 김정일 출생 사적지를 유지 보수 하는데 ‘남조선도 동참했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지진 및 화산 폭발에 대한 두려움을 ‘민족의 영산’으로서 백두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조건 없는 남북대화, 재개‘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 호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북한은 백두산 관련 회담을 요구하는 노림수는 뻔다. 우선 백두산 화산 연구를 핑계로 각종 물자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백두산 관측과 관련된 남한의 지원은 내부 주민 선전에도 명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백두산 관련 회담을 포괄적인 대북지원을 요청하는 비선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들의 정략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을 역제안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제안을 비군사적, 비정치적 의제로 간주하고 회담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북한의 계획된 음흉한 계략에 말릴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이 필자의 건해이다. 백두산 회담을 순수한 학문적 기술적 교류로 자리 매김하기 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지질 학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자회담 형태로 확대해 가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는 남북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 역시 분명한 이해관계 당사자이며 잠재적 가능성을 놓고 볼 때 이미 엄청난 지진 피해를 겪고 있는 일본 역시 논의의 장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은 덮어 둔 채 어려운 식량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대북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음흉한 속셈이 깔려 있기 때문에 ‘백두산 대화’는 거절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