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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과잉 진료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각 개인에게 종합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기본적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데 출생년도가 짝수인 해는 짝수 해에, 홀수인 해는 홀수인 해에 하는데 올 해는 홀수 출생자가 한다.

지난해 필자는 모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해마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 하다가 가까운 지역에 대학병원이 생겨 처음으로 거기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통상 검진 후 10 - 15일 후면 서면으로 검진 결과를 통보한다.

그런데 상당히 오랫동안 검진결과가 오지 않아 전화를 해 보았더니 수검자가 많아 검진결과가 늦어지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한 달이 거의 다 되어 가도 검진결과가 나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해 보았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전화를 바꿔 받은 의사가 하는 말이 X레이 결과 폐에 종양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어 정밀 검사를 해 봐야 하겠으니 병원에 나오라고 했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X레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왼쪽 폐 부위에 하얗게 나타난 부위가 종양인 것 같으니 MRI 검사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2년전 X레이 촬영을 할 때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의사 말대도 MRI 감사를 했다.

혹여 의사가 오판을 한 것 아닌가 싶어 매일 1시간 정도씩 뛰면서 운동을 해 보았지만 숨이 찬 기색은 전연 없었다. 고가의MRI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되지만 의사가 해야 한다고 해서 하긴 했지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MRI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병원을 찾은 필자에게 의사는 폐를 찍은 사진을 보이며 젊은 사람처럼 폐가 상당히 깨끗하다고 하면서 폐종양으로 의심했던 하얀 부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 때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이번 방법으로 진료를 많이 하는 의사에게 별도의 돈을 얹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만약에 MRI 검사가 아닌 개복 수술을 하는 병이라면 수술에 따른 엄청난 비용과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환자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의사인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는 3월 2일자 신문에서 <인센티브로 도배된 병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요즘 일주일에 며칠씩 밤늦게까지 수술을 한다. 수술이 시급한 응급환자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수술 대기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일과 시간을 넘어서까지 하는 것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 받으려는 환자들이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그는 수술할 때마다 병원으로 월급 외에 수당을 따로 받는다. 그렇게 쌓이는 돈이 월급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 ’재미‘로 의학 연구와 의대생 교육을 소흘히 한다면 짭짤한 돈맛에 수술 과잉 유혹이 생긴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수술 가윗돈이 길게 늘어선 대기 환자에게는 순기능으로 작용하지만 역기능도 분명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요즘 병원계에서는 이처럼 진료를 많이 하는 의사들에게 별도의 돈을 얹어 주는 것이 관행이다. 이른바 진료 인센티브다’라고 글을 썼다.

일반 회사에 영업실적이 좋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오래된 경영기법이다. 병원도 진료 실적을 높이고 진료 적체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인센티브 제도들 도입해 왔다.

일반 상품은 공급자와 수요자(소비자)의 쌍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결정하게 되어 소비자가 주도권을 잡는다. 그러나 의료 행위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의사가 결정하면 환자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병이라도 ‘당신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대다수 환자는 그렇게 믿고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진료 인센티브가 생긴다. 김철중 기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최근 병원의 인센티브는 각종 검사나 입원 등 거의 모든 의료영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학병원 의사가 환자에게 고가의 MRI 검사를 받도록 하고 검사 건당(件當)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믿겠는가?’ 하고 반문하면서 ‘상당수 병원이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모든 의사와 병원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일부 병원에 해당하지만 그런 병원이 의료시장의 물을 흐리며 크게 성장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선진국 병원에서도 진료 인센티브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제어장치가 있다. 의사를 뽑을 때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과잉진료를 하면 병원에서 퇴출당 할 수 있다는 서약을 하도록 한다.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조사하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그런 감시체제를 운영하는 병원은 없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 기술은 전신국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가속기만 있고 제동장치는 없는 자동차와 같다. 환자를 인술(仁術)이 아닌 돈을 벌수 있는 수단으로 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료서비스를 찾는 외국인에게 과잉 진료가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과잉 진료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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