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자연의 재앙 앞에서는 위성로켓을 쏘아 올리고 핵무기를 만드는 인간의 재주가 한낱 웃음꺼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 대지진 참사에 전 세계는 두 번의 충격을 받고 있다. 진도 9.0의 초강력 지진이 가져 온 참혹한 피해다. 거대한 쓰나미로 2,000여 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여 명 이상이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자연의 공포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하고 있다. 이번 일본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모든 인류는 폭력과 전쟁이 없는 새로운 생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폭력과 전쟁이 없이 모른 인류가 하나의 지구촌에서 한 가족으로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야훼(God)의 뜻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거대한 참상 속에서도 신기할 정도로 침착한 일본인들이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온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대피 요원을 따라 차례 차례 피해 현장을 빠져 나오고 초등학생들마저 교사의 인솔로 줄을 맞춰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가 하면 지하철, 버스가 끊기자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걸어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했다. 상상을 초월한 대재앙과 상상을 뛰어넘는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에 세계는 충격을 받고 있다. 언론도 이 부분을 크게 보도했다. 식품을 사기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누구 한 사람 소리를 치는 사람도 없고, 먼저 사려고 다투는 사람도 없고, 사재기 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질서 의식은 TV에서 참상을 보는 세계인들은 아마 경탄을 했을 것이다. 이런 일본인들의 수준 높은 질서 의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서 필자는 1945년 8월에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참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 당시 필자는 어린 나이로 피폭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히로시마 전체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 상황에서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주먹밥을 만들어 와서 차분하게 행인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그 모습, 누구하나 2개를 받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없는 모습, 소리치거나 다투는 사람이 없는 숙연한 모습, 달리던 자동차와 전차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은 원자폭탄으로 인한 대재앙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때 그 질서정연한 모습이 반세기 넘은 지금 일본 도후쿠(東北) 지방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규모 자연 재해가 지나간 뒤 일어난 수 많은 무질서와 혼란상을 목격해 왔다. 지난해 22명이 희생된 ‘아이티’ 지진이 대표적이다. 그 당시 이 재앙을 본 사람은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법천지(無法天地)다”라고 할 만큼 난장판이었다. 혹자는 ‘아이티’는 개발도상국이라 그렇다 할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인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퀸 미국의 ‘뉴올리언스’도 폭력과 부패가 휩쓸었다. 이런 기억들로 인해 일본인들의 차분함과 질서정연한 모습이 한결 더 아름답게 보이는 지도 모른다. 끔직한 참상 앞에 울부짓으며 눈물을 쏟는 일본인들은 찾기 어렵고, 어디에도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지진을 틈타 강도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 보도도 없다. TV 화면에는 일본인 모두가 차례 차례 줄을 서 구호식품을 받아 가거나 매점 앞에서 차분히 기다린 뒤 필요한 만큼만 돈을 주고 사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진이 잦다는 일본의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사전에 교육과 대피 훈련을 받은 것도 조금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고난 인간의 품성이 그렇지 않고서는 일본 국민 도두가 다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수준 높은 질서 의식은 모든 세계인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옷깃을 스쳐 남에게 조금만 피해를 주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스미마셍”이라고 사과하는 일본인들의 품격이 대지진 참상에서도 여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인들은 침착한 대처로 늘 대지진을 잘 딛고 스스로 일어섰다. 이번 대지진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서 치유될 것으로 믿는다. 일본 대지진 참상과 같은 재앙이 대한민국 영토안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재앙 앞에서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을 보면 우리 일각의 뒤틀린 자화상(自畵像)을 떠올리게 한다. 천재지변으로 비행기가 조금만 연착해도 우르르 몰려가 항의하며 아우성치지는 않았는가? 이웃나라의 고통을 외면한 채 한국이 챙길 경제적 반사이익을 먼저 머릿속에 넣는 경우는 없는가? 모든 책임을 무턱대고 정부에게 돌리며 난동을 부린 적은 없는가? 이런 질문을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면서 만일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있다면 바꾸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선진국이 되기 위한 국민의식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