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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유사 성행위업소 어디까지 진화하나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막스 베버’는 한국의 선비를 ‘부도덕과 도덕과의 모호한 경계를 선명하게 가르고 행동했던 문인 신분층이라고 우러러 봤다. 만약 ’막스 베버‘가 우리 옛 선비들의 귀씻이(洗耳), 돈빨래(洗錢), 풍습까지 알았다면 우러러 볼 정도가 아니라 경탄해 했을 것이다.

옛 선비들은 불의(不義)나 부정(不正) 그리고, 부도덕한 일을 듣거나 보면 집에 들어와 그 말을 들은 귀나 눈을 물로 씻어 그 때문에 오염됐을 지도 모를 마음의 때를 씻었던 것이다. 이처럼 옛 선비들은 올바르지 못한 언행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도학자 우남양(禹南陽)은 길을 가다가 집에서 방아찧는 소리만 들어도 그것이 남녀의 성교 행위를 연상시킨다 하여 집에 들어와 귀를 씻었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개가 흘레하는 것을 보아도 불쾌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그로써 오염된 눈을 씻는 풍조는 비단 선비가 아니라도 명문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화 됐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귀와 눈을 통해 침입한 불결한 기운이 자신에게 들어와 마음을 좀먹게 된다는 생각으로 침입한 세균을 물리적으로 세척했을 만큼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성숙했던 우리 선조였다. 옛날 선비들은 유통되는 돈의 매력을 물어 악전(惡錢)일 경우 불치(不取)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혹여 수치(受取)하더라도 물에 담가 두었다가 불결한 때를 우려낸 다음 쓰곤 했던 것이다.

개성 봇짐 장수들은 산적(山賊)에게 돈을 빼앗길까 싶어 돈을 버선 발 밑에 깔고 다녔기에 개성에서 흘러 나온 돈은 구린 냄새가 날 수 밖에 없었고, 청계천 꼭지 딴 돈은 부랑배 조직의 우두머리이기에 빌어 먹어 모운 돈이라고 여겼다.

기생(妓生)은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 하여 해어와(解語花)라 했는데 해어화(解語花)는 몸을 팔아 번 돈이며, 홍제원 주모가 익살로 번 돈은 재치와 웃음을 팔아 번 돈이라 하여 해학전(諧謔錢)이라 했다. 교사동(校寺洞)에는 세도가의 붉은 대문이 즐비했기에 대문으로 흘러드는 돈은 새까말 수 밖에 없고 벼슬을 비싼 값으로 강매 - 사양하는 대가로 수탈하는 돈이 마다릿돈으로 평안감사의 주특기(主特技)였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은 평양감사와 짜고 가뭄에 농사 지을 물이 없어 쩔쩔매는 백성들에게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모아 일부는 뇌물로 평양감사에 바쳤는데 백성들은 그 돈을 봉이전(鳳伊錢)이라고 했다. 이렇듯 돈에 얽힌 이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지만 돈을 떳떳하게 벌고 떳떳한 돈이 아니면 부끄럽게 생각하는 선비의식은 옛날과는 많이 달라져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 오늘의 세상이다.

인간에게는 크게 두 가지 욕망이 있으니 하나는 식욕(食慾)이고 다른 하나는 성욕(性慾)이다. 인간의 이 두 욕망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지만 성욕에 있어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성욕을 쾌락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매매로 먹고 사는 장수꾼이 생겨났다.

문화일보(2월 25일자)에 따르면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풍선 효과로 <키스방>과 같은 유사 성행위 업소들이 성행하고, 최근에는 포옹만 해 준다는 <허그(hug)방>이란 신종 업소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포화상태에 달한 유사 성행위 업소들이 가격이 저렴한 서비스를 내세워 손님을 끌어 보려는 속셈에서 시작한 것으로 경기도 일대에서는 이미 성업중이며 점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실제 지난 24일 오후 업계 최초의 <허그방>이라는 경기 안양시의 한 업소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상가 건물 4층에 버젓이 <포옹방>이란 간판을 내건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약한 조명만 켜 놓은 탁에 어두컴컴한 9.9m2 크기의 내부로 들어서자 업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손님을 맞이했고 긴 복도를 따라 7개의 작은 방이 이어져 있었다고 하면서 이곳의 업주는 <허그방>은 30분에 3만원이고 여기에 키스를 더하면 4만원이라며 추가 비용을 내면 서비스 연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원하면 2차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등이 켜 있어 야릇한 분위기가 감도는 9.9m2 남짓한 방안에는 2인용 소파와 휴지가 놓인 탁자가 있었다고 하면서 벽에는 옷걸이와 함께 탈의나 노출은 없으며 맨살 터치는 가능하고 미리 매니너(아가씨)에게 연장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내용의 <포옹방> 설명서가 걸려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신문은 업주의 말을 인용해 <허그방>은 경기 안양, 군포 등 지역에 많이 있고 최근에는 서울 사당동이나 강남역 뒷골목에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갈수록 유사 성행위 업소가 많아져 장사가 예전 같지 않지만 우리는 입소문을 타 꾸준히 장사가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서울을 비롯한 유흥가의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키스방>이란 유사 성행위 업소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키스방>이 <포옹방>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 <포옹방>이 어떻게 진화할 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추악한 성매매 업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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