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30여년 동안 개를 도살하던 P씨는 위암으로 사망했다. P씨의 별명은 개박사다.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P씨만 다가서면 겁을 먹고 안절부절 못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사람이 죽은 것이다. 그의 부인은 불교 신도였는데 개를 살생하는 일이 늘 마음에 걸려 남편에게 직업을 바꿀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남편은 듣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사망한 후 부인의 꿈에 죽은 남편이 나타나 “내가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았는데 개를 도살한 죄로 개로 다시 태어날 것 같으니 부처님에게 기도하여 짐승으로 태어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애원하더라는 것이다. 부인은 꿈이 하도 이상하여 스님과 상의하여 극락왕생을 위한 백일기도를 했다고 한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지은 업보대로 받는다고 한다.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죽은 후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나쁜 행동을 했거나 죄질이 무거운 사람은 죽은 후 소나 개, 말 등 동물이나 아니면 벌레로 태어나 전생에서 나쁜 행동을 한 만큼 죄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P씨는 오랫동안 개를 도살했기 때문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는 어렵고 개로 환생하여 자신이 개를 학대한 만큼 저승에서 고통을 받을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죽으면 49재를 지내는 것도 생전에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죄를 심판 받을 때에는 망자(혼령)는 일곱 대왕 즉 오관대왕(보현보살) - 평등대왕(관음보살) - 변성대왕(미륵보살) - 초강대왕(석가여래) - 태산대왕(약사여래) - 송제대왕(문수보살) - 염라대왕(지장보살) 순으로 차례로 문초를 받는데 한 대왕에게 문초를 받는 날짜가 7일이기 때문에 일곱 대왕을 모두 거치자면 49일이 걸리기 때문에 49재라 하는 것이다. 죄를 심문하는 대왕 앞에는 대형 거울이 설치돼 있고 이 거울에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가 낱낱이 비춰지게 된다. 그러므로 그런 일이 없다는 등 거짓말은 할 수가 없다. 사바(Sabha)의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술을 배우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도 이 모두가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며, 인생살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돈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명예를 누린다고 해서 인생을 인간답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이 사회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평을 들을 때만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0세에서 50세 사이를 중, 장년이라고 하고 50세 이후를 말년이라고 하는데 인간은 말년이 되어야만 인생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며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또한 이 시기가 되면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게 되고 후회도 하게 되며 못다한 일들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참맛을 느낄만 하면 죽음이 코 앞에 다가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덧없는 인생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평생 땀 흘려 모은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사회에 헌납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인간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들이 사는 사바의 세상은 나그네가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의 정류장인 동시에 얼마만큼 좋은 일을 많이 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몇 살까지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이 사회에 필요한 인물일 때만이 오래 살면 살 수록 죄업이 가벼워지는 것이니 오래 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흔히들 귀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길래 저런 인간을 잡아가지 않고 있느냐면서 원망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람은 남에게 욕을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오래살면 살수록 죄업을 많이 쌓는 것이니 이제부터라도 나쁜 짓과 욕심을 자제하고 매사에 조심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본시 하늘은 인간의 수명을 회갑이라 하여 60세로 한정해 놓았으나 60세 이전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의 잔명을 다른 사람에게 가산하는 제도를 만든 후 60세 이상, 다시 말하면 70세, 80세, 90세, 100세 이후까지도 사는 사람이 생겨난 것이다. 아무튼 하늘은 누구에게나 최소한 60세는 살 수 있는 수명을 주었으나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고갯길(나이)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는 전쟁의 업보에 따라 다르며 운세가 불길한 나이를 잘 넘기면 6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