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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추운 겨울 산속에서 호랑이가 배가 고파 어디에 잡아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돌아다니다가 마침 토끼를 만났다. 토끼는 힘으로 호랑이를 맞상대 해 이길 수 없는지라 벌벌 떨면서도 한가지 꾀를 냈다.

“아. 잠간 호대왕님! 저 같은 같잖은 것을 잡아 먹어 보았자 별미도 못느끼실 것이고 입가심도 못하실 것인데 왜 잡수시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처음 보는 별미가 무진장 많이 있는데 말입니다. 저기 말입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별미라는 소리를 듣고 토끼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큰 연못이었다. 호랑이는 토끼를 보고 “에끼 이놈아! 약은 꾀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려 하지마라. 내가 너의 속셈을 모를 줄 아느라” 하면서 호통을 쳤다.

“호대왕님! 허약하기 짝이 없는 저는 조금 있다가 잡아 잡수시고 별미부터 먼저 맛을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힘이 없는 제가 어찌 힘이 강한 호대왕님에게 거짓으로 공갈을 치겠습니까? 사실입니다. 저 연못에 꼬리를 담그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물고기가 몰려 들어 올 것이니 그 때 꼬리를 척 들어 올리면 많은 물고기가 꼬리에 딸려 올라 올 것이고 그러면 오랫만에 물고기 별미를 포식할 수 있지 않습니까? 호대왕님께서는 산속에서만 사시느라 연못에 사는 물고기 맛을 보지 못했을 터이니 이번에 한번 물고기 맛을 보십시오!”

“아하, 딴은 그 말이 맞겠구나. 어디 그렇게 해 보자. 물고기가 많으면 너에게도 좀 나누어 주마!” “그러시려면 오래 꼬리를 담구어 두셔야 합니다. 성질 난다고 금방 바로 꼬리를 빼면 물고기는 한 두 마리 밖에 안 잡힐 것이고 그때 놀란 다른 물고기는 그 다음 날에는 얼씬도 안 할 것입니다. 이 점을 잊지 마시고 꼭 명심하십시오. 호대왕님!” “오냐. 네가 시키는대로 해보마.. 어디 꼬리로 물고기를 잡아 보자 에헴...”

호랑이는 토끼의 말대로 밤새도록 연못에 꼬리를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꼬리가 묵지근 해지더니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무거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찌나 꼬리가 무거운지 똥구멍이 빠지듯 아리고 얼얼했다. 호랑이는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딸려 올라 오겠구나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만족해 하면서 안간힘을 다해 꼬리를 들어 올리는데 꼬리가 요지부동으로 꼼짝 달삭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새 토끼는 온데간데 없이 도망쳐 사라졌다. 그제야 호랑이는 토끼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이(齒)를 갈며 분개했다. “요놈 새끼 어디 한번 만나 봐라 내 당장 잡아 먹고 말테다!” 하면서 이(齒)를 아드득 물었으나 얼음에 꽁꽁 얼어붙은 꼬리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연못으로 우루루 몰려 나와서 단박에 호랑이를 때려 죽였다.

결국 토끼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뻔한 위기의 순간을 꾀로써 모면했고, 사람의 손을 빌려 무지막지한 호랑이를 죽게 만들었다. 힘으로 싸워서 이길 수 없는 호랑이를 토끼는 머리를 쓰써 이긴 것이다.

이 설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의 돈을 강탈하는 사기수법이 다양해지고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사회에서 약자가 생존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흔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경영은 자본규모가 작은 회사보다 큰 회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유리한 것은 맞다. 그러나 자본의 규모가 곧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조건은 될 수 없다. 만약 대자본만 생존한다면 중소기업은 다 없어야 하고 ‘신동아그룹’ 과 같은 대기업은 지금도 생존해야 맞다. 하지만 ‘신동아그룹’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번창하는 중소기업도 수 없이 많다.

요즘 기업형 대형마트 때문에 동네의 소형마트들이 죽을 지경이다. 소형마트가 살기 위해서는 우선 대형마트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소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마트는 매장이 크기 때문에 유지비와 인건비가 많이 든다. 따라서 매출을 높여야 한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방법이 박리다매(薄利多賣)이다.

논리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판다면 대형마트보다 소형마트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소형마트는 주인이 직접 경영하기 때문이 인건비가 따로 나가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인건비가 적지 않게 들어간다. 문제는 동일한 제품이 아닌데도 소비자는 동일한 제품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K회사 제품 ‘반달곰’ 화장지가 있다고 하자.

이 화장지를 동일한 가격에 팔면 인건비가 들지 않는 소형마트가 유리하다. 그래서 대형마트에서는 이를 커브 하기 위해 화장지 회사와 어떤(?)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즉 남품하는 화장지의 길이를 얼마만큼 줄이고 가격을 낮추어 주문하는 방법이다. 한 개당 1천미터 길이의 화장지를 10미터 정도만 짧게 해도 100개이면 1천미터(1개) 차이가 난다.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있다고 해도 납품업체가 스스로 이실직고 하지 않는 한 소비자가 화장지 길이를 확인하고 구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당할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다각도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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