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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假面 舞蹈會’ 뒤에는 뭣이 있을까?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북한 연감에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다. 조선 자연과 조선 행정 구역을 표시한 지도에는 휴전선이 없다. 남북한 전체가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나라’다. 연감은 세계 각국의 정치체제 경제력 등을 소개하면서 남한은 뺐다.

유엔 회원국 명단에도 북한이 1991년 9월 17일 가입한 사실만 기록하고 남한은 없다. 북한에서 보면 남한은 ‘현실속에 존재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런 북한이 남한과 대화 하자고 여러번 공세를 펴자 그 공세가 먹혀들어가 남북 당국이 만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위장 평화 공세’로 치부했던 이명박 정부의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직후에 남북대화가 성사돼 우리가 과연 한반도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헷갈린다.

가닥을 제대로 잡으려면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속셈을 잘 읽어내야 한다. ‘대화 가면(對話 假面)’의 뒤에는 북한의 어떤 얼굴이 감춰져 있는지 찾아야 한다.

‘가면 무도회(假面 舞蹈會)’에 초청장을 받았다고 별다른 의심 없이 달려가 주최측의 연주에 맞춰 흥겨웁게 춤을 추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북한의 ‘긴장 완화 대화’나 ‘위장 평화 공세’ 뒤에는 언제나 음흉한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남북 교류와 소통을 이유로 조총련 조선통신사와 연합뉴스의 조선중앙통신 기사 공급 계약을 승인했다. 김정일 정권의 선전용 기사를 받는 대가로 남한의 언론이 많은 돈을 지불하는 웃지 못할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내는 기사에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뉴스는 없다. 그런데도 북한뉴스를 공급받는 대가를 지불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 주민의 참상과 경제난은 자유북한방송이나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를 비롯한 외부 매체를 통해서 알려질 뿐이다. 연합뉴스가 북한 기사를 우리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에 있어서도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등 문제가 있다.

북한의 신년공동 사설을 다룬 연합뉴스 기사는 ‘북한의 남북간 대결 상태 해소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 남북관계를 복원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로 시작된다. 조선중앙통신 원문에 들어 있는 ‘핵 참화’ 협박은 기사에서 빠졌다.

이런 식으로 보도가 계속되면 알게 모르게 남한 국민속에 북한의 선전선동이 스며들게 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협상 전략을 보면 남측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항들을 집요하게 요구해 남측을 괴롭힌 후 막판에 상당부문 철회하면서 ‘이 만큼 양보 했으니 남측도 양보하라’는 수법을 구사했다.

이번 회담에도 ‘남측은 한. 미 군사훈련을 중지하라. 즉각적으로 군축을 하자’는 등 논란만 일으킬 제의를 하면서 막상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사건은 흐지부지 물타기를 하면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이는 천암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를 의제에는 포함시켰으나 그 표현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겠다’고 한데서도 엿보인다.

대화 뒤에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처럼 언제나 뒤퉁수를 얻어 맞고서야 가슴치는 통곡을 하면서 말로만 ‘강력한 대응’ 운운하는 태도는 더 이상 국민에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번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북한은 유감 정도는 표시할 뜻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 중 정상회담이 끝난지 불과 8시간만에 남한에 제의를 했다는 것이 방증이다. 분명한 것은 그 내용과 표현 방식이 남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 얼렁뚱땅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것은 안된다. 이런 점은 이명박 정부도 확실하게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책임을 회피하면서 위장 평화 공세의 수위를 높여온 북한의 국면 전환 책략에 우리 정부가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부는 군사 예비회담을 통해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했으나 그것은 남북 양측의 논의 대상이 아니라 도발 주범인 북한이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 역시 도발에 대한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있기 전에는 회담에 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북한은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남한과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식량을 지원받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이 갑자기 군사회담을 제의한 저의가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통해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내려는 계산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저의를 직시해야 한다. 대화에 기대하는 것이 미망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예비회담에 응한다면 북한의 명백한 도발(천안함. 연평도 사태)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리면서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휘말리는 한심한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북한이 제의한 회담 수용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부터 먼저 받아내야 하는 것이 맞다. 미끼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북한이 던진 낚시줄을 너무 쉽게 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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