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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노인에 대한 진정한 복지제도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한국 남자의 평균 기대 수명은 77세, 여자는 83,3세다. 40년전인 1970년 보다 18.6세 늘어났다.

현재 40세는 90세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노인의 기준이 65세로 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평균 기대수명이 50세 미만이던 19세기 후반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 때다. 당시 65세이면 지금의 90세에 해당된다고 한다.

기업퇴직 연령은 55 - 60세에 맞춰져 있고 노령 수당, 지하철 무임승차 등 각종 혜택도 65세에 맞춰져 있다. 심지어 국민 연금은 60세다. 신체 건강하고 일할 의지도 있는데 65세 이상이라고 사회적 활동을 제한 하는 것은 사회적 재앙을 예비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노인을 규정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처럼 신체적 정신적 시대적 사회경제적 요인을 포함한 새로운 평가기준이 나와야 한다. 평균 기대 수명이 80.5세(2009년기준)인 시대에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 따라서 일율적인 퇴직 연령을 없애고 개인의 건강과 능력 그리고 재능(기술) 등을 반영한 탄력적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돈 많은 부자에게까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임승차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더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닌가 싶다.

노인은 단순하게 보살펴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참여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성돼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이 쓸모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준다.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지만 결코 쓸모 없는 존재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노인을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이라고 부른다.

시니어(senior)라는 말에는 풍부한 경륜이, 시티즌(citizen)이라는 말에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2018년이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14%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화의 물결 앞에서 노인 개념을 다시 정립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구나 아버지가 없다면 태어날 수 없고, 어머니가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 즉 생명은 아버지의 혈통으로부터 받고 육체는 어머니의 태(胎)에서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 보다도 깊다. 하지만 요즘은 부모의 은혜와 노인에 대한 공경심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우연히 만난 박모씨(69세)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외롭고 무력감에 빠진다고 한다. 40년 초등교사 생활을 하다가 교장으로 정년퇴직 했지만 교단을 물러난 후 지금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집에 있자니 답답해서 마을 경로당에도 가보지만 수준도 맞지 않아 어울리지 못하고 가끔 밖에 나와 소일을 한다고 했다. 이런 노인이 아니라도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분명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 노인들은 이른바 에이지즘(Ageism)을 톡톡히 겪고 있다. 에이지즘(Ageism)은 성 차별, 인종 차별 등과 같은 개념으로 연령 차별을 뜻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아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노인들은 이른바 4고(四苦)로 표현되는 빈곤, 질병, 역할 상실, 고독 중 적어도 한 두가지는 갖고 있다.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 노인보다 더 가난하고 질병이 많고 소외돼 있다. 한국 노인 인구 가운데 60%를 웃도는 비율이 여성이고 여성 평균 수명이 83.5세로 남성보다 약 8년 정도 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경우 지하철 연산역 구내 간이 쉼터나 구포역 주변 등에서도 무료하게 세월만 보내는 노인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이런 현상은 어느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노인복지대책을 수립,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인들에게 필요한건 단순한 숙식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의료, 문화서비스 등 종합적인 복지시스템이다.

따라서 국가, 기업체, 병원 등이 노인복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보다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늙기 마련이다. 천하장사도 세월 앞에서는 두 손을 들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다 늙는다는 것을 잊지말고 노인들을 잘 보살피고 봉양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다 허망한 것이다. 아침 이슬과 같은 것이고 번개불과 같고 무지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권력도 재산도 다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겉모습에 속고 살아서는 안된다. 돈과 권력은 마치 우리들이 입고 다니는 옷과 같은 것이다. 옷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듯이 우리는 돈이나 권력으로 온갖 사물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겉치장에 속고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겉모습은 변하기 때문이다. 무상(無常)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서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내쫓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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