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명시 = 개똥쑥
개똥쑥
아직 가을도 아닌데
암(癌)을 빼앗아가는 꽃 웃으며
앞에 서 있습니다
여름이 다하여
녹황색 모자를 머리에 쓰고
땅의 열기를 뽑아내는 일이 끝나면
귀한 손님으로 다가 오고야마는
눈물이 나도록 나에겐 고마운 풀
마음을 빼앗고 몸이 날아가고
몸이 돌아오면 마음도 떠나갑니다
마을 빈땅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도
돈인 줄 모르는 사람들
알고 나면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두 손으로 쓰다듬어 보고 싶은 풀씨
황금알 낳는 귀담아 들은
농민의 가슴은 환희로 적셔듭니다
무서운 고통의 암(癌)을 쫒아내려고
날개를 달고 세상 멀리 갑니다
개똥쑥 자란 빈땅에는
온통 지폐 뭉치가 널브러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