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5)
글 : 권우상
조선 영조왕 때 한양의 남산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 장경문은 당쟁으로 몰락한 정승의 후손으로 낡은 집 한 채에 의지하여 죽지 못해 간신히 연명해 가고 있었다. 어느날 민생을 살피고자 암행길에 나섰다가 장경문의 비참한 생활을 본 임금은 사정을 딱하게 여겨 장경문을 제주 목사의 관직을 내렸다. 이때 새우젓 최대 집산지인 한양의 마포 서강가에 사는 배서방은 그의 아버지가 새우젓 장사로 전답을 꽤 모아 가세는 넉넉했지만 사람이 워낙 변변치 못한 얼간이 인데다 건달 기질까지 있어 날마다 술과 기생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돈 천 냥쯤 쓰면 비장(裨將)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마음이 솔깃했다. 천냥이라면 새우젓 천 독을 팔아야 벌 수 있는 금액이라 입이 딱 벌어졌지만 상놈이 벼슬자리를 얻자면 뇌물을 쓰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면접시험을 보는 날 젊은이들과 함께 줄을 섰다가 한 사람이 사랑방 댓돌 밑으로 나가면 장경문은 긴장죽으로 손짓을 하며 인물을 심사하는 것이었다.
배서방 차례가 되자 장경문은 “재산은 있느냐?”고 물었다. “아비가 새우젓 장수라 벼 천석은 합지요” “으음. 이리 가까이 오너라” 장경문은 가까이 온 배서방에게 조그마한 종이 쪽지를 하나 보여 주었다. 종이에는 이방 900냥, 호방 800냥, 예방 700냥, 공방 600냥, 그리고 다시 행을 바꾸어 형방 800냥, 등등이 쓰여져 있었다. 배서방이 주욱 훑어보니 다른 자리엔 각각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이미 팔렸다는 표시고 예방과 형방만이 빈자리였다. 배서방은 100냥을 더 쓰면 육방의 우두머리 이방을 차지할 수 있는데 벌써 팔려 나갔다고 하니 분하기 짝이 없었지만 할 수 없이 800냥을 주고 형방을 사서 비장 벼슬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