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나 사물을 바라볼 때 화가의 눈은 대상을 ‘선별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그 외의 자질구레한 측면은 기억에 담지 않는다. 화가의 눈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려고 하거나, 아니면 망막에 들어오는 잡다한 정보 가운데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한다. 이것이 바로 화가가 대상을 대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하여 그 대상은 화가에게 하나의 의미 있는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그것이 바로 ‘인상’이며 그것이 바로 ‘특징’이며 그것이 바로 사물의 ‘본질’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풍경을 바라볼 때 화가는 그 풍경의 색깔, 음영의 변화, 형태의 다양성, 구도의 역동성 등 특별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응시할 때는 ‘정확한 관찰력’ 보다는 ‘주관적인 감응력’이 먼저 작용한다. 이 주관적인 감응력이 대상과의 ‘첫 번째 만남’이라면, 정확성은 그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두 번째 만남’에 해당한다. 아무리 잘 그린 그림이라도 그 그림이 무미건조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상과의 첫 번째 만남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승부를 걸려는 그 성급함 때문이다. 이 성급함은 작품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나타난다. 이렇듯 대상을 관찰하는 행위는 주관적인 행위이다. 만일 대상과의 만남에서 화가의 주관이 대상의 겉모습에 압도되거나 종속된다면, 그런 만남과 관찰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지 피상적인 기교만 돋보일 뿐이다. 기교가 기교로서 더 훌륭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상과 화가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서적 또는 감각적인 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김재성의 그림을 대하면 사물의 모습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형태와 색채와 빛이 연출하는 역동성과 조화, 그 모습이 발산하는 뉘앙스를 느끼게 된다. 그의 그림은 자연주의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듯 하면서도 함축된 의미구조를 가지며, 따라서 보다 선명하고 개성적인 화면으로 전개된다. 김재성은 보이는 사물을 그리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다. 그 세계는 맑고 투명하기도, 온화하고 부드러울 수도, 강렬하고 선명하기도 하다. 간결하고 명료한 색채와 형태로 이루어진 집약된 이미지, 그 이미지에 내포된 친밀감과 따뜻함이 김재성의 회화를 특징짓고 있다. 최 기 득(대구예술대학교 교수) 약력 대구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 현) 한국미술협회, 경북구상작가회 회원 푸른방송문화센터, 구미시립도서관 미술반 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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