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도시의 경쟁력은 해당 지역 산업생태계의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 구미는 국내 최고의 전자융합산업 제조업 메카로 우수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성과 부가가치 등을 높일 수 있는 산업생태계의 수준이 낮다. 이는 많은 기업이 오랫동안 대기업의 단순 하청 생산구조로서, 개별 기업의 고유기술, R&D 능력과 우수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생태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필요시 외부의 수혈이 필요하다. 바로 삼성 제조 분야의 혁신역량을 구미에 확산할 수 있는 삼성제조혁신공동캠퍼스(삼성구미캠퍼스)를 유치하는 것이다. 삼성구미캠퍼스는 삼성의 제조 전략과 지역대학(기업 등)이 협력하여 우수 인재 육성과 제조 기술 실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개방형 지역혁신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구미공단이 전국 삼성 사업장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허브 기능과 삼성 제조의 거대한 실증단지 그리고 성과물을 축적하고 생산하는 입지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삼성구미캠퍼스는 산업생태계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주거 등 생활인프라의 수준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는 일종의 구미의 “태풍의 눈”이 되는 것이다.
먼저, 삼성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것이다. 삼성이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이 점에서 향토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가 제조업의 메카인 구미를 전략적 요충지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삼성도 한때 구미에 “구미기술센터(가전/스마트폰 등 연구소)”를 설립하려다 철회한 경험이 있다. 표면적 이유는 글로벌경제에 편입할 시점에 경영악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필자가 청와대 근무 시절 구미시, 삼성 등과 수차례 회의 결과, 내재적 포기 이유는 우수 인재 확보 문제였다. 판교, 양재 등 수도권에 포진한 석박사급 인재가 각종 인프라가 열악한 구미에 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현시점에서 아직도 우수한 인재를 수도권에서 데려오기 힘들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역대학도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삼성이 금오공대, 경운대, 구미대와 특정 분야별 계약학과를 통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1989년부터 삼성전자가 성균관대학교에 반도체과를 설립(삼성전자공과대학교)하여 2024년까지 약 1,300명의 엘리트 졸업생(전문학사 55명, 학사 539명, 석사 605명, 박사 98명)을 배출했다. 지역대학은 삼성구미캠퍼스에 기초 및 응용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삼성구미캠퍼스는 산업 수요 인재를 질적으로 고도화한다. 양 기관은 학습과정과 학점연계 그리고 연구과제 등을 공동 수행함으로써, 지역대학의 수준이 상승하고 취업의 기회와 질이 높아진다. 산업생태계의 전체 파이가 커지고 고도화됨으로써 신규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그리고 도시브랜드가 증가한다. 나아가 이러한 삼성구미캠퍼스의 모델은 국가적으로 지방소멸과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구미에는 삼성 이외에 민간컨소시엄도 수조원의 AI 데이터센터(인간의 심장)를 추진중이다. 구미가 단순 AI 전력공급지가 아니라, 국가 AI 산업의 요람이 되기 위해서는 AI 인재(인간의 두뇌)가 핵심이다. 심장이 작동해도 두뇌가 없으면 방향을 잃기 때문이다. 삼성도 수도권의 이론과 연구 중심의 인재가 아니라, 국가가 요구하는 이론과 공정/제조 그리고 시스템 통합의 AI 제조형 인재를 맞춤형으로 양성할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삼성구미캠퍼스의 설립이다.
삼성구미캠퍼스의 유치는 정글에서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가는 긴 여정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구미의 운명을 밤하늘의 별자리에 맡겨 놓고 겨울 낭만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구미시민들의 삼성을 향한 진정성 있는 호소와 분명한 의지 그리고 정치권의 치밀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