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6.2℃
  • 흐림강릉 24.8℃
  • 흐림서울 26.2℃
  • 흐림대전 26.9℃
  • 구름많음대구 30.5℃
  • 구름많음울산 30.7℃
  • 흐림광주 29.2℃
  • 구름많음부산 31.7℃
  • 흐림고창 29.6℃
  • 구름많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6.4℃
  • 흐림보은 25.7℃
  • 흐림금산 28.1℃
  • 흐림강진군 30.5℃
  • 구름많음경주시 31.5℃
  • 흐림거제 29.2℃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상주시민은 왜 8m 흙둑을 모르고 있는가?

나는 상주에 산다. 지역에서 기자라는 이름도 달고 있다. 그런데 상주 도심 한복판에 높이 7~8m, 길이 약 3.8㎞의 흙둑을 쌓고 그 위로 철도를 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처음 알았다.

 

처음에는 내가 뉴스를 놓친 줄 알았다. 찾아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문경~상주~김천 철도는 총사업비 1조6천억원이 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논란이 된 것은 상주 도심 통과 방식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땅 위에 기둥을 세우고 철도를 띄우는 것이 ‘교량’이라면, ‘토공’은 흙을 산처럼 쌓아 높은 둑을 만들고 그 위에 철길을 놓는 방식이다. 지금 상주에서는 도심 구간에 후자의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흙둑'이다.

 

7~8m면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둔덕쯤이 아니다. 웬만한 건물 몇 층 높이에 이른다. 그것이 수백m도 아닌 수㎞에 걸쳐 도심을 지난다.

 

이 정도라면 철도에 관심 없는 시민에게도 설명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무도 몰래 추진한 사업은 아니다. 주민설명회도 열렸고, 도심 주민들을 중심으로 수천 명이 서명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상주시의회도 지난해 도심 구간 교량화를 요구하는 건의안을 의결했다. 상주시 역시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에 교량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문제는 ‘공개했느냐’가 아니다. 시민에게 알려졌느냐는 것이다.

 

시청 홈페이지에 ‘철도건설사업 기본설계 노선계획 주민공람 및 설명회’라는 공고를 올리는 것과, “상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7~8m 높이의 구조물이 검토되고 있습니다”라고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행정절차를 밟았다고 공론화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 철도는 한번 놓고 나면 몇 년 쓰고 걷어낼 시설이 아니다. 도로가 어디로 연결되고,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며, 도시가 앞으로 어디로 뻗어갈지를 수십 년 동안 좌우할 기반시설이다.

 

교량화에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든다. 토공 방식에도 나름의 경제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어느 방식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은 먼저 알아야 한다. 얼마가 더 드는지, 무엇이 막히는지, 교량을 놓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흙둑을 선택하면 상주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말이다.

 

시민은 철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이 살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등장해야 할 사람들도 아니다.

 

공사가 시작되고 거대한 흙더미가 눈앞에 나타난 뒤 “저게 뭐냐”고 묻게 해서는 늦다.

 

흙둑이 옳은지, 교량이 옳은지는 이제부터 따져보면 된다. 비용도 계산해야 하고, 도시 단절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도 살펴야 한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미리 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상주의 모습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바꿔놓을 결정을, 정작 상주시민이 모르는 사이에 진행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약 당신도 이 글을 읽고 처음 알았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이 문제의 일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