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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조 3020억 원의 상주, 숫자는 커졌는데 삶도 함께 나아졌나

안재민 시장과 새 의회가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성과의 나열’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다

예산은 숫자로 남지만, 행정은 결국 시민의 하루에서 판가름 난다.

 

  상주의 올해 본예산은 1조 3020억 원이다. 지방 도시로선 결코 가볍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시민이 행정을 체감하는 방식은 예산서의 숫자와 다르다. 시민은 “예산이 얼마냐”보다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느냐”로 도시를 기억한다. 아픈 가족을 데리고 병원을 찾을 때의 불안이 줄었는지, 청년이 상주를 떠날 이유보다 남을 이유를 더 많이 찾게 됐는지, 골목 상권과 농촌의 한숨이 조금은 옅어졌는지로 행정을 체감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상주의 예산은 커졌는데, 시민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민선 9기 안재민 시장이 새로 출발했다. 새 시장에게 기대가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지금 상주에 더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상주는 인구 감소, 지역경제 침체, 의료 불안, 농업의 지속가능성,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숙제를 한꺼번에 안고 있다.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행정은 결국 선택의 일이다. 무엇이 가장 급한지,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 분명히 정하지 못하면 시민은 변화의 방향을 체감하기 어렵다.

 

  안재민 시장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세 가지다. 첫째, 상주의 가장 절박한 문제를 분명히 규정하는 일이다. 둘째, 예산을 사업비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 삶의 변화로 설명하는 일이다. 응급의료 접근성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청년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골목 상권과 농업 현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속도만큼 설득의 과정을 중시하는 일이다. 주요 현안일수록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공감의 과정이 따라야 한다.

 

  새 의회의 역할도 가볍지 않다. 의회는 집행부의 계획을 무조건 막거나 그대로 통과시키는 곳이 아니다. 예산과 사업이 실제로 시민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끝까지 확인하는 곳이어야 한다. “왜 이 사업이 지금 필요한가”, “누가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되는가”, “성과는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를 끈질기게 묻는 것이 의회의 책무다. 목소리의 크기보다 질문의 깊이가 중요하다.

 

  상주가 새 시장과 새 의회에 바라는 것도 거창하지 않다. 예산 1조 3020억 원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번역되는 일, 다시 말해 병원 앞의 불안이 줄고, 청년이 살아갈 이유를 찾고, 농민과 자영업자의 한숨이 조금은 옅어지는 변화다. 예산의 규모를 말할 것인가, 시민의 체감을 증명할 것인가. 민선 9기의 첫 답안지는 바로 그 질문 앞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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