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이 오는 29일 대통령 주재 ‘국토공간 대전환’ 민관합동회의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는 3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호남에 대한 대규모 반도체 투자설이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후공정 중심의 투자로 알려졌습니다만, 그제부터 갑자기 전공정 팹까지 건설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후공정 투자와 전공정까지 포함된 종합투자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공정은 반도체 제조의 심장부이며, 수백 개의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와 고급 기술 인력이 한자리에 결집해야 비로소 작동합니다. 호남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대단히 위험한 결정이 정권의 정치적 논리에 따라 매우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반도체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전략사업입니다. 반도체 공장의 부지선정이 정권의 정치논리에 즉흥적으로 휘둘려선 안 됩니다.
반도체 입지는 전력과 용수, 송전망, 협력업체, 인력이라는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되는 곳에 정해져야 합니다. 정부는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호남은 만든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이 부족해 계통 포화 문제가 심각한 곳입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자명합니다.
가뜩이나 기후 변화도 걱정인데 용수 공급도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수도권의 전력·용수 한계를 이유로 지방을 택한다면서, 그 대안마저 같은 한계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인력은 또 어떻습니까. 단시일 내로 ‘남방한계선’을 극복할 정도의 정주여건을 갖출 수 있겠습니까.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것은, 수백조 원이 걸린 국가적 결정이 7월 1일 전남광주특별시 출범과 정부·여당의 정치 일정에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략산업의 입지를 선정하는 일이 특정 행정구역의 출범 시점과 전당대회 등 당내 사정에 발맞춰 졸속으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주요 산업 정책에 특정 지역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담기면, 다른 지역에 대한 배타적인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 대한민국 전자·반도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구미의 소재·부품 생태계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지역갈등을 증폭시켜 국민통합에 반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기업의 투자가 오래 뿌리내리고 결실을 맺으려면, 정치가 자리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력과 인재와 기반을 갖추어 기업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투자받는 지역을 위해서도,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서도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특정 지역을 위한 정치논리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