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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대식 버스 승강장과 ‘불안한 질주’ 사이

글 - 최영희 구미주향유치원 어린이집 이사장·경북보육교사교육원장·한국보육교사교육원연합회 사무총장

초여름의 길목에 들어선 요즘, 부쩍 거리에 활기가 넘치고 시민들의 이동도 잦아졌다. 최근 구미시의 버스 승강장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현대식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엉덩이를 녹여주는 온열 의자가,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된다. 따가운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차양막은 물론, 버스가 언제 오는지 전 정류장 출발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은 시민의 발을 한층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버스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들려오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친절한 음성은 승객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게다가 버스를 이용하면 정류장까지 걷고, 버스 번호를 확인해야 하니 자가용을 몰 때보다 다리와 뇌 건강에도 이롭다. 차창 밖으로 천천히 흐르는 구미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현대식 대중교통의 이면에는 씁쓸한 그늘이 있다.
최근 만난 버스 기사들은 입을 모아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늘 파리 목숨 같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소연한다. 기사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피로는 고스란히 승객의 안전 위협으로 되돌아온다.

 

어떤 기사님은 어르신이 탑승하면 자리에 안전하게 앉은 것을 룸미러로 꼭 확인한 뒤 부드럽게 출발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풍경이다. 반면, 몇몇 기사들의 난폭 운전은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특히 통행량이 적은 늦은 밤 시간대의 과속과 급제동은 더욱 심하다. 이 때문에 버스에 타면 나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거나 발에 힘을 주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버스 내부를 둘러보면 온통 승객이 조심해야 할 문구들로 가득하다. ‘음료 반입 금지’, ‘출발 후 이동 금지’, ‘유튜브 시청 자제’부터 시작해, 심지어 ‘움직이다 사고 나면 책임이 없다’는 식의 경고성 문구까지 보인다. 물론 성숙한 시민 의식도 중요하지만, 승객에게만 모든 조심과 책임을 전가하는 듯해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진다.

 

시설의 현대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여유’다. 기사들이 직무 불만과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열악한 노동 환경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그들의 복지가 보장되어야 승객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안에는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우리 이웃들의 생명이 실리게 된다. 모든 기사님이 승객을 내 부모, 내 자녀처럼 생각하며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주었으면 한다.

 

최첨단 버스 승강장이라는 멋진 껍데기에 걸맞은, ‘안전하고 편안한 질주’라는 내실이 채워지길 바란다. 이번 여름에는 구미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모든 버스가 불안이 아닌 편안함을 싣고 달리기를, 그리하여 승객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구미 버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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