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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어가는 교실, ‘스승의 날’에 묻는 교육의 존립 이유

글 - 최영희 구미주향유치원 어린이집 이사장·경북보육교사교육원장·한국보육교사교육원연합회 사무총장


해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교 담장 너머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교실의 풍경은 시리고 투명한 유리 같은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머물러야 할 자리는 ‘통화 녹음 어플’과 ‘법률 대리인’의 서류 뭉치가 대신하고, 교사는 스승이라는 이름 대신 ‘민원 처리반’ 혹은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채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1. 팽팽한 긴장 속에 박제된 교실
지금의 학교는 거대한 ‘폐쇄회로 카메라(CCTV)’와 같다. 극심한 경쟁과 불평등은 서로를 향한 불신을 낳았고, 모든 눈은 감시자가 되었다. 예민한 아이에게 보낸 눈길 한 번이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오고, 수업 방해를 막으려는 훈육이 ‘정서적 학대’라는 이름의 고소장으로 변모한다.


한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수개월 동안 1,500건에 달하는 연락과 “콩밥을 먹이겠다”는 폭언에 시달리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능했던 한 교육자의 삶이 무너지는 동안 학교 시스템은 침묵했고, 동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기력 속에 피눈물을 삼켰다. 교사 6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매일 아침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 참혹한 고백은 개인의 취약함이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의 파산을 의미한다.


2. 소통의 부재인가, 공감의 과잉 요구인가
흔히 학부모들은 ‘소통 부재’를 호소한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교사가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 특수한 처지에서 사안을 바라보지 않고 교육적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경우가 많다.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지 않느냐”는 식의 갑질은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서비스 종사자로 취급하는 천박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홉 살 아이에게 청소를 시켰다고 경찰 조사를 받게 하고, 목이 마르다는 아이의 투정에 학교로 항의 전화를 거는 현실에서 교사의 ‘교육적 권위’는 설 자리가 없다. 정당한 지도와 과도한 간섭의 경계가 무너진 곳에서 교사들은 이제 ‘오늘 하루만 무사히’를 목표로 삼는 소극적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3. 교사가 떠나는 학교, 무너지는 지역사회
이러한 환경은 신규 교사들의 이탈로 이어진다. 꿈에 그리던 교단에 섰던 5년 차 미만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일수록 고립감과 악성 민원에 노출된 교사들의 이탈은 더욱 심각하다. 이는 단순한 직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연속성이 끊기고 학교가 불안정한 조직으로 남게 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과 지역사회의 소멸로 직결된다.


4.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할 때
교사는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신성한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아이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첫째, 교육청 차원의 법률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악성 민원과 부당한 고소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실질적인 방패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교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해야 한다. 과도한 행정 업무를 분리하고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학부모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내 아이가 귀하면 남의 아이도 귀하며, 그들을 가르치는 스승의 생존권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회복되어야 한다.

 

맺으며: 최고의 추모는 ‘교육 환경’의 복원이다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바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교사가 죽음의 공포 없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교사를 사물처럼 대하는 냉소와 방관을 멈춰야 한다.


교사가 떠난 교실은 대한민국 미래의 빈자리다. 교단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 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선생님들이 아파트 옥상을 바라보거나 독한 정신과 약으로 하루를 버티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를 다시 ‘교육적 공간’으로 되돌려놓는 일, 그것만이 우리가 이 시대의 스승들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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