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글의 역학이 존재하는 권력의 세계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최상의 기만책은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상대는 자신이 통제권을 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당신의 꼭두각기가 된 것 뿐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당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선택 사항들을 조작하라” - 권력의법칙 - <로버트 그린>
권력의 세계에서는 정글의 역학이 존재한다. 그래서 직접 사냥을 하고 먹잇감을 죽여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이 사냥해 놓은 것을 가로채 먹고 살아가는 작자들도 있다. 16세기 초반 많은 고초와 구사일생의 위기를 넘긴 끝에 바스코 누네스데 발보아는 현재의 페루인 멕시코 남쪽에서 거대하고 부유한 제국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잉카제국을 정복하여 황금을 빼앗으면 제2의 코르테스(cortes : 스페인 정복자. 1521년 8월 아즈텍 정복)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가 잉카제국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수백 명의 다른 정복자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그는 잉카제국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조용히 덮어 두고 주위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란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몇 년후 바스코 누네스데 발보아는 부하 병사였던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계략에 의해 반역죄로 참수를 당했다. 그리고 프란시그코 피사로는 바스코 누네스데 발보아가 그토록 오랜 세월 끝에 찾아낸 잉카제국을 차지했다.
오늘날 정치인 가운데 연설문을 자기 손으로 쓰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직접 글을 썼다가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할 것이다. 연설문에 힘이나 윗트 등이 넘치는 것은 모두 연설문을 쓴 작가의 덕택이다. 재주는 원숭이가 하고 돈은 사람이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기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누구나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알아야 할 것은 많은데 인생은 짧다. 그리고 앎이 없는 삶은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모두에게서 지식을 얻는 것은 훌륭한 방편이 된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이마에 땀이 흐르게 해 놓고 예언자라는 명성은 당신이 얻게 된다.” 권력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의 공로를 대신 차지하는 데 현명하지 못한 길이 될 때도 있다. 당신의 권력 기반이 아직 단단히 자리를 잡지 않았을 때는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밀쳐내고 스포라이트를 받으려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재능을 기막히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당신의 입지가 확고부동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로버트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힘이 약할 때는 절대로 명예를 위해 싸우지 말라. 대신 항복을 선택하라. 항복은 당신에게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시간, 상대의 힘이 약해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때로는 적이나 라이벌의 움직임에 대한 과잉 반응이 당신을 곤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과잉 반응은 당신이 좀더 이성적이였다면 피해 갔을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만다. 또한 그것은 끓임없는 반항 효과를 일으키는데 당신의 과잉 반응에 따라 상대방도 과잉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항상 강물처럼 흐른다. 권력의 게임은 본래 유동적이고 끓임없는 투쟁의 장으로 권력을 가진자들은 언제나 내리막을 걷게 된다. 당신의 권력이 잠시 약해졌을 경우 항복 전술은 당신의 힘을 키우는 완벽한 방법이다. 항복은 당신의 야망을 은폐해 준다. 그것은 권력 게임의 핵심 기술인 인내심과 자제력를 가르쳐 준다. 또한 항복 전술은 당신을 억압하는 자가 갑자기 쇠퇴하기 시작했을 때 반격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제공한다. 만약 당신이 도주하거나 맞서 싸울 경우 당신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대신 당신이 항복한다면 당신은 마지막 승자가 될 것이다. 항복 전술의 요점은 힘을 회복할 때까지 손실을 피하는 데 있다.
한 사례를 보자. 전략가 제갈량은 중요한 전투를 눈 앞에 두고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적과 은밀하게 내통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제갈량은 충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사흘 안에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 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죽음을 당할 상황이었다. 사흘안에 화살 10만 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갈량은 신(神)의 묘책(妙策)을 냈다. 그는 여러 척의 배에 볏집을 가득 실었다. 그리고 짙은 안개 낀 늦은 오후에 그 배를 적진을 향해 나아가게 했다. 제갈량이 무슨 꾀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들은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배를 향해 섣불리 접근해 오지 못했다. 그 대신 강 기슭에서 더 많은 화살을 쏘아 공격했다. 제갈량은 배들이 점점 가까이 갈수록 더 많은 화살이 날아와 두터운 볏집들에 꽃혔다. 몇 시간후 볏집 배 안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제빨리 뱃머리를 돌려 제갈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볏집에 꽃인 화살을 보니 10만 개가 넘었다. 제갈량은 화살 10만 개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제갈량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는 항상 독창적이며 기묘한 전략을 썼다.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리 앞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하며 당신의 일을 대신 하도록 상대를 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권력의 세계는 정글과 같아 온갖 맹수들이 살고 있어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탄핵이 될 수 없는 데도 빌미를 주어 박근혜, 윤석렬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