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단막 희곡 - 박봉산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 등록 2015.03.13 1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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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권우상 단막 희곡 - 박봉산

 

 

 

              박봉산

 

 

무대 - 여러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장면은 윤판서 대감의 집이다.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방과 대청이 있고 대청앞은 마당이다. 좌수에는 이 집을 드나드는 큰 대문이 있으며 우수에는 사랑방이 있으나 별채다.

 

때 - 조선 영조시대

 

등장인물 - 윤판서 (이조)

이랑 (이조의 젊은 양반)

박봉산 (협객 기질이 있는 상놈 출신의 서리(書吏))

춘화 (박봉산을 연모하는 기생)

명월 (기생)

월향 (기생)

국화 (기생)

하인 (윤판서의 집 하인)

상빈 (가파치. 기생 춘화를 연모한다)

장지항 (포도대장)

향이 (장지항의 애첩)

계집종

여부A. B (옥교를 들고 가는 남자)

농부A. 농부Q 다른 농부들

기방에 출입하는 사나이들.

 

제1경

 

막이 오르면 윤판서가 마당에서 장죽을 물고 허공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내품고 있는데 이랑이 대문에서 등장한다.

이랑 - 대감 나으리!

윤판서 - 무슨 일인가?

이랑 - (두루마리를 내밀며) 제가 대감께 올리는 진정서이옵니다.

윤판서 - (두루마리를 받으며) 진정서라?

이랑 - 예. 서리로 있는 박봉산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옵니다.

윤판서 - (두루마리를 펴 보고) 박봉산은 성격이 거칠고 제 멋대로 행동하여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니 이런 사람과는 한 곳에서 할 수 없어 여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해 달 라는 내용이구만.. (이랑에게) 나도 박봉산이란 사람이 힘 이 세고 성격이 거칠고 놀기를 좋아하는 서리란 말을 일 찍이 들은바 있으니 내 불러다 타일러 보겠으니 그리 알 고 물러가 있거라.

이랑 - 예. 나으리.. (대문으로 퇴장한다)

윤판서 - (사랑채를 향해 부른다) 게 있느냐?

하인A - (허리를 굽혀 사랑채에서 나오며) 예. 나으리!

윤판서 - 박봉산을 불러 오너라.

하인A - 협객 기질이 있는 그 자 말이옵니까?

윤판서 - 그 자말고 협객 기절이 있는 놈이 또 있다더냐? 어서 불 러 오너라.

하인A - 예 예 (굽실거리며 대문으로 나간다)

잠시후 하인A가 박봉산을 데리고 들어 온다.

박봉산 - 대감 나으리! 소인을 어찌 부르십니까?

윤판서 - 내 앞에 부복 하거라.

박봉산 - (윤판서 앞에 부복한다)

윤판서 - (하인A에게) 너는 나가 있거라.

하인A - 예.. (사랑채로 사라진다)

윤판서 - (박봉산에게) 네가 서리로 있는 박봉산이냐?

박봉산 - 그렇습니다.

윤판서 - 그런데 너는 양반 이랑을 희롱하기로 유명하다는데 그 게 사실이냐? (두루마리를 펴서 보이며) 이것이 너를 처 벌해 달라고 이랑이 낸 진정서다.

박봉산 - 소인은 일개 상놈 서리입니다. 이런 놈이 언감생심(焉敢 生心) 양반 이랑님을 희롱하다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그 런 말은 필시 소인을 미워하는 이랑님 입에서 나온 것 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윤판서 - 아니다. 네 놈이 필시 양반 이랑을 협작질하기 때문에 그 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해 보아 라.

박봉산 - (새삼스레 용기를 내어 서슴치 않고) 대감께 솔직히 말씀 드리겠사옵니다. 소인이 양반 이랑님 중에서 나이가 어리 고 특히 얼굴이 잘 생긴 한 이랑님의 등을 쓰다듬으며 ‘나도 아들을 낳으면 이런 아들을 낳아야겠다’고 농담 삼 아 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그것이 죄가 된다면 소인 이 잘못했으니 용서하시옵소서....

윤판서 - (새삼스럽게 정색을 하고) 그런 말은 평교간(平交間)에도 있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너는 그 말을 잘 한 것으 로 생각하느냐?

박봉산 - 소인이 상놈 서리란 것을 십분 생각하였더라면 그런 말 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그 이랑님의 얼굴 이 어찌나 잘 생겼든지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옵니다. 그런데도 대감께서는 이것을 문제 삼으시니 상놈 눈에는

예쁜 것이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이옵니까? 예쁜 것을 예쁘다고 한 것을 양반을 모욕한 것으로 단정하시 고 소인을 책망하신다면 소인은 이 자리에서 참수를 받 고 말겠사옵니다.

박봉산 - (칼로 베라는 듯이 엎드려 목을 길게 뺀다)

윤판서 - 네 놈이 협객은 협객이구나...너의 말대로 농담 삼아 한 것으로 알겠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말을 조심해서 하여 라! 너는 비록 농담으로 한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은 진 담으로 들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말을 하여라. 이참에

한가지 더 덧붙혀서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옛부터 남자 는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했다.

박봉산 - (자세를 바로 세우고) 그 세 가지가 무엇이옵니까?

윤판서 - 첫째는 입을 조심해야 하고, 둘째는 손을 조심해야 하고, 셋째는 좆대가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했다. 입을 조 심하라고 한 것은 말을 조심하되 가려서 하라는 뜻이요, 손을 조심하라는 것은 화투패를 손에 쥐고 노름을 해서

는 안된다는 뜻이요, 좆대가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인지 잘 생각해 보거라.

박봉산 - .......................

윤판서 -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 모른 바가 아니다. 너는 농담 잘 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부랑자가 아니다. 너는 약한 사람 을 돕고 강한 사람을 억제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객 기질이 있는 대장부다. 그래서 거리를 휩쓸고 다니 는 불량배도 네 앞에서는 늑대가 사자를 만난듯 고개를 숙이고 꽁무니를 살금살금 빼고 또 불의가 제대로 발호 (跋扈)하 못하고 굴복하였으니 거리에서 강자와 약자 사 이에 분쟁이 생기게 되면 사람들은 ‘저기 박태지가 온다! 저기 박태지가 온다!’ 하고 위협을 한다. 이러한 위협의 말이 이곳 저곳에서 떠돌기만 하면 거리의 모든 악한들 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친다. 그야말로 너는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사나이가 아니더냐..

박봉산 - 저를 그렇게 봐 주시니 황송하옵니다 대감 나으리!

윤판서 - 그러니 내 너를 천하게 여기지 않을터이니 돌아 가거라!

박봉산, 일어나 윤판서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고 대 문으로 퇴장한다. 서서히 무대가 암전된다.

 

제2경

 

무대가 다시 밝아지면 박봉산의 방이다. 무대 좌수에 대문이 있고 중앙에서는 박봉산이 거처하는 큰 방이고 그 옆에는 또 하나의 작은 방이 있다. 방 앞에는 그렇게 넓지 않는 마루가 있다. 무대 우수에는 헛간이 있는데 이 헛간은 객석에서는 절반 정도만 보인다. 대문은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대문에서 기생 춘화가 발자욱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등장하여 큰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그러나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박봉산을 찾아온 모양이다.

춘화 - (독백) 어디 갔을까?..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지만 기척이 없다)

춘화가 대문으로 사라지자 이번에는 명월이가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등장하여 큰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그러나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박봉산을 찾는 모양이다.

명월 - (독백) 어디 갔을까? (주변을 둘레둘레 살핀다. 그러나 기 척이 없다. 명월이 대문으로 사라지자 이번에는 월향이가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등장하여 큰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그러나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박봉산을 찾는 모양이다.

월향 - (독백) 어디 갔을까? (주변을 둘레둘레 살핀다. 그러나 기 척이 없다. 월향이가 대문으로 나갈려고 하는데 마침 집안으로 들어오던 국화와 마주친다.

국화 - (놀라며) 어마나! 월향아! 너 어쩐 일이니 여긴?

월향 - (놀라며) 너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니?

국화 - 박서리를 볼려고 왔어.. 건데 넌?

월향 - 나도 박서리를 볼려고 왔는데 없구나.

국화 - 너 박서리를 사랑하니?

월향 - 나만 박서리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 기생들 모두가 박서리를 품에 안아 볼려고 야단난리인걸....

국화 - 사내치고는 그만한 호걸도 없지..

월향 - 그래서 네가 그이를 차지할려고 안달이구나..

국화 - 나만 안달이니.. 우리 기생들 모두가 그이를 차지할려고 몸살을 앓고 있는데..호홋..

국화 - 없으면 가야겠구나...

국화와 월향은 대문으로 퇴장한다. 기생들이 돌아가자 박봉산은 헛간에서 주변을 살피며 나타난다.

박봉산 - (독백) 원.. 기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귀찮아 죽 겠구만... 그것도 한 둘이 아니니... (방으로 들어가 낮은 책상을 놓고 책을 펼친다)

무대는 밤으로 서서히 어두워지면 하늘에 달이 뜨고 달빛에 방안에 스며들면 박봉산은 방문을 닫고 등잔불을 켜 놓고 책을 펴 놓고 글 읽는 소리가 도란도란 들린다. 기생 춘화가 대문에서 살금살금 등장하면서 다음 대사를 중얼거린다.

춘화 - (독백) 내게 저렇게 냉대하는 것을 보니 필경 다른 기생 에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겠지...(질투심이 타오른다)

춘화는 살며시 방문을 열며 다정하게 인사한다. 방문이 열린 채 - 춘화 - 박서리님 안녕하세요.

박봉산 - 춘화가 이 밤중에 왠 일인가?

춘화 - (방에 들어가 박봉산 옆에 앉는다) 글을 많이 읽으시면 양반이 될 수 있습니까?

박봉산 - 글을 읽는다고 양반이 되겠는가마는 그래도 글을 읽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 이 야심한 밤에 나한테 왠 일인가?

춘화 - (아냥을 떨며 애교있게 ) 왠 일이긴요. 님이 그리워 왔지 요..

박봉산 - 님이 그리우면 벼슬아치 양반을 그리워 해야지 나 같은 상놈을 그리워 해서 어디에 쓸 것인가?

춘화 - (아냥을 떨며) 저 같은 기생이 양반 벼슬아치를 그리워 할 자격이 있나요? 큰 바다에 나가 사는 상어같은 물고 기가 아니라면 작은 개천에서 님과 함께 사랑하면서 오

오손도손 사는 게 제 소원인걸요...

춘화는 허연 허벅지가 보일락말락 치마폭을 살금살금 걷어 올리며 박봉산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고 애를 썬다. 이때 박봉산은 춘화의 행동이 점점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 빛을 고치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한다.

박봉산 - 여자는 몸가짐을 잘 해야지. 그리고 노는 것도 때가 있지 않은가?

춘화 - (아냥을 떨며) 예. 밤이 깊었으니 이제 주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박봉산 - 응. 자야지. 하지만 손님이 있으니 어찌 나 혼자 잠을 잘 수 있나?

춘화 - 저를 손님으로 보시나요?

박봉산 - 우리 집에 왔으니 손님으로 보지 않으면 누구로 보란 말 인가?

춘화 - 저는 서리님의 손님이 되려고 온 계집은 아닙니다. (박봉 산의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껴 운다.

박봉산 - (매우 딱하고 괴로운 생각이 간절하여) 허허. 나는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읽고 있는데 어찌 내 글 읽는 것을 방해 하려 드는가? 그러니 생각을 달리하고 그만 돌아가는 것 이 좋겠네. 밤도 야심하지 않는가..

춘화 - 그 말을 듣고 보니 더욱 서리님의 고결한 성품이 마음에 드네요. 참으로 지조 있는 협객이군요. 하지만 저도 가죽 처럼 꽤 질긴 년이니 그 지조가 어디까지 가는지 어디 두고 볼 것입니다. (일어나 방을 나와 문으로 퇴장한다)

박봉산 - (독백) 비록 오늘은 돌려 보냈으나 필경 또 다시 찾아 올 것이니 이걸 어쩐다? 기생이 오는 것을 막을 방도가 생 각나지 않는구만.. (잠시 생각하다가) 으음. 그렇지...흑임 자(黑荏子) 한 줌을 구해 와야겠군..

무대 서서히 암전되었다가 다시 밝아지면 앞 장면과 동일한 무대로 박봉산의 방문이 열려 있고 낮이다. 박봉산은 방에서 책을 펴서 글을 읽고 있는데 대문에서 춘화가 조심스럽게 등장한다.

춘화 - (방을 향해 부른다) 서리님! 서리님!

박봉산 - (춘화를 보고) 자넨가? 오늘은 또 어쩐 일인가?

춘화 - 서리님을 못잊어 왔습니다. (방안에 들어온다)

박봉산 - 벼슬하는 양반들도 많은데 나 같은 일개 상놈에게 연민 의 정을 품다니..

춘화 - 남녀간의 정이 어찌 양반과 상놈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 까. 하오니 제가 서리님을 연모하는 정을 받아 주시와요.

박봉산 - 나는 자네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는 사람이네. 그러 니 마음을 돌려서 자네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을 찾아보게나...

춘화 - (교태를 부리며) 아이 참 서리님.. 이러지 마시와요. 서리 님과 같이 가는 길이라면 어떤 가시밭길도 갈 수 있습니 다. 그러니 저보고 마음을 돌리라고 하지 마시고 서리님 이 마음을 돌려 제 마음을 받아 주시와요.

박봉산 - 나는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다니 그러네.

춘화 - (교태를 부리며) 이러지 마시와요 서리님!

박봉산 - 글쎄..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니까 그러네...

춘화 - (노래를 한 곡조 뽑는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 마라. 일도청해 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 공산 하니 쉬이간들 어떠리...

그러나 박봉산의 태도는 싸늘하다. 춘화는 치맛자락을 연신 위로 걷어 올리며 속옷중이도 입지 않은 알몸인 하얀 허벅지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면서 요염한 몸짓을 보인다. 요새 말로 표현하면 노팬티 차림이다. 하지만 박봉산은 여전히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다.

박봉산 - (상투 밑을 손으로 벅벅 긁으며) 허어. 오늘은 머리가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르겠구나! (책상 밑에 있던 비첩을 꺼 내어 미리 준비해 둔 흑임자를 슬쩍 상투 밑에 집어 넣고 상투를 풀며 빗으로 빗겨 내리자 그 흑임자가 후두둑 떨어진다)

춘화 - (놀란 표정이다)

박봉산 - (일부러 부끄러운 듯이 혼잣말로) 이런 변이 있나... 그래 서 그렇게 가려웠군... (떨어진 흑임자를 마치 이를 죽이듯이 엄지 손톱으로 꾹꾹 누르자 흑임자(黑荏子)가 터지는 소리가 마치 이가 죽는 소리같다.

춘화 - (질겁을 해서 벌떡 일어나며) 안녕히 주무세요. (뒤도 돌 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방을 나가 대문으로 퇴장한다.

박봉산 - (흑임자를 털어내고 다시 상투를 틀며 웃는다) 허허허허..

무대가 서서히 암전된다.

 

제3경

 

무대가 다시 밝아지면 어느 유곽의 기생들 방이다. 좌수에는 대문이 있고 중앙에는 기생들이 기거하는 방이 3개 나란히 붙어있다. 대문 좌우에 홍등(紅燈)이 걸려 있어 이곳이 유곽(遊廓)임을 알려준다. 어두운 무대가 밝아지면 방안에서 기생들이 재갈거리며 떠들어댄다.

춘화 - 아이그. 글쎄.. 어젯밤에 박서리를 찾아 갔다가 더러운 것 도 다 봤지..

명월 - 뭣이 또 그리 더럽단 말이냐?

월향 - 아이그. 말도 마라. 얼굴 값도 못하는 병신이야!

국화 - 뭣이? 병신이라니? 고자더냐?

춘화 - 고자라면 그래도 낫게..

국화 - 그럼 도대체 무슨 병신이란 말이니?

춘화 - 아 그래. 그 박서리인가 협객인가 머리가 가렵다구 긁적 긁적 하면서 머리에 빗질을 하는데 글쎄 깨가 쏟아지듯 시커먼 머릿니가 후두둑 후두둑 비오듯 쏟아지는데...에이 그 징그러워...내 몸이 건질건질 하더라니까...도대체 얼마 나 추잡스러우면 머리에 이가 덕실거릴까....이가 하도 많 도 많아 자기도 부끄러운지 뭣이라고 중얼거리며 이를 죽이느라고 정신이 없지 뭐냐... 아이그.. 원 그걸 보니까 내 몸이 건질건질하고 구역질이 나서 한시도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급히 뛰어나와 집으로 돌아 왔는 데도 나마저 몸이 근지럽고 서물서물 하는 것 같아 밤 밤새 잠도 못잤지 뭐니.. 원 외양이 그만이나 한 사람이 그게 뭐야! 어유... 더러워...퇴퇴..(침을 밷는다)..

국화 - 그래. 몸이 더러우면 그렇게 이가 많다더라.

춘화 - 그러게 말이다. 머리에 그토록 이가 많으니 몸에는 얼마 나 많겠니. 아이그 징그러워.....(침을 퇴퇴 밷는다)

명월 - 오라.. 그래서 우리가 가면 그렇게 냉정하게 대했구나!

춘화 - 그렇구 말구.. 아이 징그럽고 더러워...(침을 밷는다)

월향 - 그렇지만 사내다운 호기만은 알아줄만 하지.. 정말 남자다운 기질이야.. 그 기질이 마음에 든다구..

이 대사에 따라 무대가 서서히 암전된다.

 

제4경

 

무대가 다시 밝아지면 한양 광통교(廣通橋) 거리다. 박봉산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지나가는데 마침 반대편에서 옥교 하나가 지나가는데 옥교의 뒤와 좌우에는 계집종이 여러 명 따른다. 이때 옥교의 여부(옥교를 들고 가는 남자)는 박봉산이 술이 취해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지나가는 것을 본다.

여부A - (고함) 이놈아! 썩 물러서지 못할까?

여부B - (고함) 이놈이 누구 앞에서 소리치고 불손 무례한 행동을 하느냐? (손을 올려 박봉산을 칠려고 한다)

박봉산- (눈을 크게 부릅뜨고) 니 놈 따위가 내 몸에 주먹을 대려 해? 이놈이 주먹깨나 쓰는 모양인데 니 놈이 그런 용기 를 낸 것은 이 옥교 안에 있는 사람을 믿고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그러냐? 나는 니 놈 대신이 옥교를 없애 버리겠다!

박봉산, 칼을 꺼내어 옥교 밑을 사정없이 찌르자 칼이 호야(壺夜)에 찔려 ‘쨍그랑’ 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자 옥교에 타고 있던 향이가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본다.

향이 - (박봉산에게) 니 놈이 감이 이 옥교에 칼을 대다니... 어디 두고 보자!

박봉산 - (독백) 포도대장 장지항 대감의 애첩이 탄 옥교에 칼을 댔으니 나를 그냥두지는 않을터이지...

무대가 서서히 암전된다.

 

제5경

 

무대가 다시 밝아지면 포도청 - 포도대장은 장지항이다. 무대 중앙 높은 곳에 넓은 대청이 있고 그 아래는 죄인을 문초하는 마당이다. 무대 좌수에는 대문이고 우수 별채에는 포졸들이 거기하는 방이다. 대청 높은 자리에 앉은 장지항이 포졸을 부른다.

장지항 - 여봐라!

포졸들 - 예잇! (별채에서 3명이 나온다)

장지항 - 박봉산을 잡아 들이렸다!

포졸들 - 예잇 (급이 대문으로 퇴장)

잠시후 박봉산이 포졸들에게 잡혀 들어온다. 박봉산은 결박을 당하고 끌려와 장지항 앞에 꿇어 앉는다. 장지항은 높은 자리에 앉아 박봉산을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큰 소리로 호령을 한다.

장지항 - 이놈! 니 죄를 알렸다.

박봉산 - 예. 아옵니다. 장군의 애첩이 타고 가는 옥교에 칼을 댄 죄이옵니다.

장지항 - 죽을 죄를 지었으니 당장 극형을 받아야 하겠지!

박봉산 - (태연한 모습으로 웃는다) 허허허허...

장지항 - (더욱 소리를 높힌다) 그놈 참 대단하다. 네 놈을 당장 죽일테니 마지막 남길 말이 있거든 말해 보아라!

박봉산 -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장군님은 잘 알 것이옵니다. 장군님 이 포도대장으로 계신 후 도둑놈의 무리가 자취를 감추 었고 또 소인이 서리로 있게 된 이후로 거리에 불량배들 도 없어졌사옵니다. 오늘의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장군 님과 소인 때문이니 장군님과 소인의 존재가 어찌 귀하 다 하지 않겠사옵니까. 사정이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장군 님께서 천한 계집 하나를 모욕한 것을 문제 삼아 대장부 하나를 죽이려 하시니 소인이 장군님을 대장부로 본 것 이 잘못이옵니까? 소인은 죽는 것은 슬퍼하지 않사옵니 다. 그러나 장군님이 소인배로 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 걱 정이 되옵니다. 장군님이 널리 생각하시어 선처하시옵소 서...

장지항 - (감동하여) 허허 그놈 말 한번 잘 하네.. (포졸들에게) 이 놈을 방면해라!

포졸들이 박봉산을 풀어 주는데 무대는 서서히 암전된다.

 

제6경

 

다시 무대가 밝아지면 제2경 무대와 같은 박봉산의 집이다. 박봉산은 방에서 책을 펴 글을 읽고 있는데 상빈이 등장한다.

상빈 - 박서리님 계십니까?

박봉산 - (밖을 내다보며) 뉘시오? 아니 이웃에 사는 갓바치가 아 니오. 내 집에 왠 일이오?

상빈 - 한양에서 박서리님 이름 석자만 대도 모르는 사람이 없 습니다. 더구나 한양 기생들에게는 인기가 높아 기생들이 서로 박서리님을 차지할려고 다툰다는 소문도 나 있습니 다. 이런 분이라면 제 소원 하나 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

까 싶어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박봉산 - 무슨 소원인지 말해 보시오.

상빈 - (방 앞 마루에 앉는다) 오래전에 제가 예쁜 기생에게 마 음을 빼앗겨 한번 만나 연모의 정을 풀어 보는 것이 소 원이었으나 제 처지로는 그 기생을 만나 볼 수가 없습니 다. 그래서 매일 혼자 마음만 태우다가 화류계에서 박서 리님을 모르는 기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박서리님의 힘 을 빌어 연모하는 기생과 가까이 하려고 이렇게 찾아 왔 습니다.

박봉산 - 그렇지 않아도 여섯달 동안 가죽신 선물을 받아 내가 집 으로 찾아 갈려고 하던 참이였는데 나를 찾아왔으니 그 동안 주지 못한 가죽신 값을 주겠오. 가죽신 값이 모두 얼마나 되오?

상빈 - (놀라며) 신값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돈을 받고자 만들 어 올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말씀은 그만 두십시오.

박봉산 -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매달 가죽신을 만들어 보냈소? 수 고 값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소?

상빈 -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박봉산 - ...................

상빈 - 그런데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박봉산 - 연모한다는 그 기생 때문이오?

상빈 - 예. 저도 사내인 까닭에 어찌 여자에게 마음이 없겠습니 까. 제가 어떤 기생을 마음에 담아두고 혼자 연모하고 있 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신발을 만드는 천한 놈이 그런 기생을 가까이 하는 것은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것보 다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박서리님께 부탁하는 것이

니 물리치지 마시고 소인을 위해 한번 힘써 주십시오.

박봉산 - 그 기생 이름을 아시오?

상빈 - 예. 춘화라고 합니다.

박봉산 - 춘화라? 그 기생은 한양의 명기인데 들어 줄지 모르겠는 데? 어디 좀 생각해 봅시다 (잠시 생각한다)

상빈 - ...................

박봉산 - 내가 지금 말하는 계책이 먹혀들지는 모르겠소만 대담하 게 한번 실천에 옮겨 보도록 하시오. 만일 그렇게 못하면 기생 춘화를 가까이 할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해 보시오.

상빈 - ...........

박봉산 - 내가 내일 그대가 연모하는 기생 춘화 집에 있을 것이오. 그 자리에도 다른 오입쟁이들이 여러명 있을 것이오. 그 때 그대는 제일가는 부랑자 행색을 하면서 사람을 죽일 듯한 기세로 박봉산 이놈! 여기 있지.. 하고 큰 소리로 달 려 들어 보시오. 그러면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뒷문을 박

차고 도망가겠소. 이때 다른 부랑자들이 박봉산을 어찌하 려 하는 것이오? 하고 묻거든 그대는 박봉산이란 놈은 호랑이 같은 존재이므로 죽여 없애고자 찾아 온 것이라 고 당당하게 대답하시오...

상빈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대 서서히 암전된다.

 

제7경

 

무대 다시 밝아지면 기생 춘화의 방이다. 무대 좌수에는 출입문이 있고 중앙에는 춘화의 방이며 그 옆으로 다른 기생들의 방이 여러개 나란히 있다. 방 앞에는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올라서는 좁은 마루다. 방문은 열려있고 춘화는 방안에서 여러명의 사내들과 동석해 술판을 벌리고 있는데 박봉산의 모습도 보인다. 좌수 출입문에서 상빈이 등장하여 춘화의 방으로 살금살금 다가서다가 갑자기 방안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상빈 - (죽일듯한 기세로) 박봉산 여기 있지! 박봉산 여기 있나 없 나!.. 박봉산 이놈!...

방안에 있던 사내들은 겁에 질러 살금살금 상빈을 피한다. 순간 박봉산은 겁을 먹은 듯 상빈을 피해 얼른 도망친다.

사내A - 박봉산이 무서워 하는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사내B - 그러기 말야.. 박봉산이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박봉산 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아닌가?

사내C - 박봉산이 도망친 걸 보니 박봉산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아닌가..

사내D - 박봉산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인데..

사내들은 모두 뒷걸음질 치면서 상빈을 피해 도망치듯 달아나고 방안에는 상빈과 기생 춘화만 남는다.

상빈 - (춘화 옆에 다가 앉으며) 오늘은 내가 그대의 집에서 자고 가려 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춘화 -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입가에 요염한 웃음을 흘리며 상 냥하게) 기다리던 말씀입니다.

상빈 - 그럼 오늘 하루 그대와 연모의 정을 나누어도 되겠는가?

춘화 - 물론입니다. 이부자리를 펼 터이니 옷을 벗어시지요.

춘화가 이부자리를 펴자 상빈이 옷을 벗고 춘화를 부둥껴 안는데 무대 서서히 암전된다.

 

제8경

 

무대 다시 밝아지면 포도청이다. 무대는 제4경 장면과 동일하다. 높은 자리에 포도대장 장지항이 앉아 있고 그 아래 마당에는 농부A가 허리를 굽히고 솟장을 올린다.

농부A - 소인이 여러 해 동안 먹이는 큰 황소가 있사온데 어느 누 구의 소행인지는 모르나 황소의 혀를 베어가서 꼴을 먹지 못해 죽게 되었사오니 밝으신 장군께서 그 범인을 잡으시 어 죄를 다스려 주시고 소 값을 받게 하여 주시기 바라옵 니다.

장지항 - (소장 내용을 읽은 후 난처한 표정이다) 무척 해괴한 사 건이구나! 범인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터.. (궁리를 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 있다가 다시 오라고 하면 나오 시오.

농부A - 예 (퇴장한다)

장지항 - 여봐라!

포졸들 - (3명이 나타나며) 예잇!

장지항 - 박봉산을 불러 오너라!

포졸들 - 예잇! (포졸 3명이 급이 대문으로 퇴장한다)

잠시후 포졸들은 박봉산을 데리고 등장한다.

박봉산 - (장지항에게) 소인을 불렀사옵니까?

장지항 - 의논할 일이 있어서 불렀다. 이 소지를 한번 보아라. (농 부A에게 받은 솟장을 준다)

박봉산 - (솟장을 받아 본다)

장지항 - 사건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불렀으니 좋은 방도가 없 는가?

박봉산 - 생각해 보면 묘안이야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적중할 것 인지는 모르겠사옵니다.

장지항 - 그래 어떤 묘안인가? 말해 보아라.

박봉산 -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장지항에게 다가가 귀속말을 한 다)

장지항 - (고개를 끄덕인다) 여봐라!

포졸들 - (3명이 나타난다) 예잇!

장지항 - 소지를 올린 농부를 데리고 오너라!

포졸들 - 예잇! (3명의 포졸이 대문으로 퇴장)

잠시후 포졸들이 솟장을 올린 농부A를 데리고 등장한다.

장지항 - (농부A에게) 벌판에 매 놓은 황소의 혓바닥을 누가 베었 는지 알 길이 없어 불렀소. 그러나 시험해 볼 일이 있으 니 먼저 그 황소를 끌고 나에게 오시오.

농부A는 대문으로 퇴장했다가 잠시후 황소를 끌고 등장한다. 장지항이 황소를 살펴보니 침과 피를 흘리며 몹시 괴로워 하는 모습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장지항과 박봉산은 황소의 입을 벌리고 요리조리 세밀하게 살펴본다.

장지항 - 천하에 못된 놈도 다 많다(포졸에게) 동네 가까이 사는 농부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두 빨리 대령시켜라!

포졸들 - 예잇! (포졸 3명이 대문으로 퇴장한다)

잠시후 포졸들이 십여 명의 농부를 데리고 등장한다.

농부1 - (소를 보고) 이게 대체 웬 변고냐? 그래 황소 혓바닥은 어 느 놈이 벴기에 이 난리 법석을 피운단 말이냐? 원 쯧 쯧쯧..

농부2 - 그 허다한 사람 중에 어느 놈이 그 못된 짓을 했는지 알 수도 없는 것을 하필 땅이나 파먹는 농부만 잡아가니 이 게 무슨 꼴이며 포도대장 처신도 올바르지 못한 일이야!

농부3 - 그러기 말이야 애궂은 우리들만 오라가라 하니 이거야 원...

포졸들은 농부들을 마당에 도열하듯 세워 놓는다.

장지항 - (포졸들에게) 형구를 준비시키고 농부들을 일열로 길게 쭉 세워라.

포졸들 - 예잇! (농부들을 일열로 길게 세워 놓자 포졸들이 형구 를 차린다)

장지항 - (포졸에게) 큰 항아리 두 개에 물을 가득 담고 큰 바가지 한 개를 가져 오너라.

포졸들 - 예잇!

포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모든 것을 준비한다,

장지항 - (포졸들에게) 맨 끝에 서 있는 농부부터 저 바가지로 황 소에게 물을 주되 만일에 황소가 받아 먹지 않거든 곧 물러서서 한 쪽에 서게 하여라!

포졸들은 맨 끝에 서 있는 농부부터 차례로 바가지에 물을 떠서 황소 앞에 디밀었으나 황소는 고개를 숙이고 두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입에서 여전히 피를 흘릴 뿐 물을 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차례 차례로 그렇게 해 보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 황소는 여전히 물을 받아 먹지 않고 괴롭다는 듯이 피만 흘린다.

그런데 맨 마지막 농부9가 물을 먹이려고 황소에게 바가지를 들이대자 아무런 반응이 없던 황소가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으응. 응 으응 응! 하는 비명을 지르더니 몸을 피하려고 이러 피하고 저리 피한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박봉산은 장지항에게 눈짓을 한다.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암시다.

장지항 -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농부9 - (벌벌 떨며) 죽을 때가 되어서 제가 못된 짓을 했습니다. 제가 황소의 혀를 베었사옵니다.

포졸들 -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과연 우리 포도대장님은 귀신이 시다. 어떻게 저렇게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신 통방통하다.....

장지항 - 저 놈은 남의 물건일뿐 아니라 죄 없는 짐승의 혀를 베 었으니 그 잔인함이 이루말 할 수 없도다. 그러므로 황소 값을 물은 뒤 곤장 오십대를 치고 석달동안 옥방에 가두 어 두어라! 지금 당장 시행하라!

포졸들 - 예잇!

포졸들은 범인인 농부9를 형틀에 묶어 곤장을 치기 시작한다. 곤장을 치느라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하는 소리에 따라 서서히 무대가 암전되면서 막이 서서히 내린다.

 

(The ned)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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