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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2부 제36회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2부 제36회

 

 

                다라국의 후예들

 

 

말먹이 풀과 식량을 날아 오면서 거타지왕은 성밖에 군막을 치고 장기전에 들어갔다. 닷세가 지나고, 엿세가 지나도 성벽을 돌파할 수 없자 탁순국 군사들은 나른 풀과 땔감 나무를 산더미처럼 성벽 아래에 쌓아 놓고 불을 붙이자 연기와 불꽃이 성벽 위로 피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생솔잎을 베다가 가져와 불을 지피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고차국 군사들의 시야를 가리었다. 검은 연기 때문에 아래를 볼 수 없는 고차국 군사들은 연기와 뜨거운 불꽃으로 탁순국 군사를 향하여 재대로 화살을 쏠 수가 없었다. 온 성벽이 마치 불길속에 잠긴 듯 하였다. 게다가 성문을 열기 위해 성문 앞에다 나른 풀과 땔나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엿세동안 계속 불을 지피자 성문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성문이 불에 타 허물어지자 탁순국 군사들은 일제히 와! 함성을 지르면서 성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탁순국(卓純國)의 두 갈래 기마군(騎馬軍)은 어지럽게 달아나는 고차국(高嵯國 : 고성) 군사들을 뒤쫒기 시작하였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도륙하라!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하면서 선봉에 선 거타지왕(巨他之王)의 고함소리가 들리자 탁순국(卓淳國 : 진해) 군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고차국 군사들을 창칼로 마구잡이로 참살하였다. 죽은 사람의 피가 도랑물처럼 흐르고 고차국 군사들의 아우성 소리와 비명소리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고차국 구다왕이 달아나자 거타지왕은 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세로 소리치며 뒤따라 구다왕을 덮쳐왔다. 구다왕은 깜짝 놀랐다. 급히 창을 들어 거타지왕과 맞섰으나 겨우 3합을 채우고 거타지왕의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말 등에서 떨어졌다.

이에 앞서 남쪽 변방에서 방어를 하고 있던 고차국 군사들은 탁순국 군사들이 나타나자 창칼을 꼬나들고 달려 들었지만 고차국 군사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여 탁순국 군사들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크게 패하고 말았다. 전쟁에서 겨우 살아나 도망친 자가 불과 수십명에 불과 하였으니 고차국(고성) 군사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고차국(高嵯國)의 남은 군사들도 상군, 중군, 하군 세 군영으로 다시 전투 대열을 정비하여 사방에서 벌떼같이 쳐들어 온 탁순국 군사들을 보자 더 이상 싸울 용기를 잃고 항복하거나 끝까지 탁순국 군사들과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성안에서 싸우다가 겨우 살아남은 군사들도 무기를 놓고 항복하자, 말에서 떨어진 고차국 구다왕은 가슴에서 쏟아지는 피를 한손으로 틀어쥐고 졸마국의 거타지왕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항복하였다. 이 전쟁에서 고차국(高嵯國 : 고성)은 크게 패하여 탁순국(卓純國:진해) 거타지왕(巨他之王)의 군사들에게 항복했다.

탁순국 거타지왕은 그 여세를 몰라 다라국(多羅國 : 합천)으로 진격했다. 갑자기 탁순국의 공격을 받은 다라국(多羅國 : 합천)은 급히 군사를 출동시켜 방어에 나섰다. 거타지왕이 이처럼 속전속결로 다라국을 공격한 것은 자신의 형인 아진타왕이 통치하던 사이기국(斯二岐國)이 다라국의 비슬라(比瑟羅) 왕에게 함락되었기 때문에 잃어버린 사이기국을 다시 찾고 형인 아진타왕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두 나라간의 치열한 전투는 사흘이나 계속되었다. 닷세 째 되는 날에 접에 들면서 다라국(합천) 군사들의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도망치는 군사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세는 탁순국(진해)의 승리로 점점 기울어 가고 있었다.

다라국(합천) 전세가 이처럼 불리하게 된 것은 탁순국(진해) 군사들은 기마병으로 무장되어 있는 데 반해 다라국 군사들은 대부분 보병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시작된지 엿세가 되는 날 다라국의 왕 비슬라왕은 거타지왕 앞에 나서서 항복했다. 그러나 거타지왕은 자신의 형인 아진타왕을 죽이고 사이기국을 침탈한 죄로 형장에서 참살했고, 그의 가족과 신하들도 모두 처형했다. 탁순국(진해)과 다라국(합천)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거타지왕은 승상 마천우에게 고차국(고성)을 다스리게 하였고 다라국(多羅國 : 합천)은 거타지왕이 직접 통치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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