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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덕(德)이 없으면 잔인한 통치자가 된다

 

 

칼럼

 

 

 

               덕(德)이 없으면 잔인한 통치자가 된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일본 전국시대에 다이묘(大名 : 영주를 소유한 무사)로 상승한 대표적인 인물에 이세 신쿠로(伊勢新九郞)가 있다. 전국의 다이묘들은 국도(國盜 : 나라를 훔친 도둑) 또는 효웅(梟雄 : 사납고 용맹스러운 영웅)이라고 불렀다. 나라를 훔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주민과 토지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세 신쿠로는 자기 세력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직접 토지를 경작하는 농민이라고 생각하고 농민의 지지를 얻어 세력을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그 방침은 「농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이념이었다. 이세 신쿠로는 부하들을 이끌고 그 지역 다이묘인 호리고에를 기습하여 살해했다. 그러자 이세 신쿠로에게는 지금이 영주보다 더 무서운 잔악성이 있다고 판단한 농민들은 멀리 도망을 쳤고, 병든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이세 신쿠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농민들은 무서운 존재야, 그리고 대응이 매우 빠른 존재야,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세 신쿠로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세 명의 병사가 교대로 환자 한 명을 간호하도록 해라, 스물 네시간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어선 안된다.“ 실제로 그렇게 하자 마을을 사람들은 이세 신쿠로에게 돌아 오게 되었다. 도망친 사람들도 하나 둘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세 신쿠로는 부하들과 함께 약초를 캐어 달여서 아픈 사람들에 먹이기도 했다.

 

 

질병이 치유된 사람들은 모여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세 신쿠로 님은 훌륭한 인물 같아, 예전의 호리고에 님과는 달리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도망간 사람들이 모두 돌아오자 이세 신쿠로는 마을에 푯말을 세웠다. (1) 공물(세금)은 다른 나라의 절반으로 한다. (2) 이 마을에서는 연소자는 연장자를 존경해야 한다. 특히 노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3) 여성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도 마을에서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니까 서로 존경해야 한다. (4) 아이들은 미래의 가능성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괴롭히거나 폭력을 사용하지 말고 그들의 내부에 깃들어 있는 재능을 일깨울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키워야 한다.

 

 

 

이세 신쿠로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고대 중국의 봉래사상(蓬萊思想)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를 실현시키는 이상향을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1)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2)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 (3) 올바르게 살 수 있을 것. (4) 평등하게 살 수 있을 것. (5)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6) 자신의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 (7) 이상의 조건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 이러한 것을 실천해 나가자 이세 신쿠로는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 간토지방의 패권을 움켜쥐게 되었다. 당시 말(馬)은 귀중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말을 훔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말을 훔친자가 붙잡혀 수많은 구경들 앞에서 본보기로 목을 자르는 광경이 벌어졌다. 오다와라 성 안에서 말도둑 한 명이 막 참형을 당할려고 하는 순간에 이세 시쿠로의 모습을 본 말을 훔친 죄인은 관리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에 나라를 훔친 도둑이 있소! 나는 기껏 말 한 마리를 훔친 죄로 목이 잘리게 되었는데, 나라를 통째로 훔친 저 사람이 저렇게 무사한 이유는 무엇이오?“ 당황한 관리가 즉시 죄인의 목을 자르려 하자, 이세 시쿠로가 말했다. ”멈추라!“ 관리를 제치고 말도둑에게 다가간 이세 시쿠로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네 말도 일리는 있다. 너를 살려주마!“ 관리들은 깜짝 놀라 어이가 없었다. ”포승을 풀어주라! 이 녀석 말은 틀리지 않다.

 

 

나는 분명히 나라를 훔친 도둑이 맞다.“ 하고는 웃음을 떠뜨렸다. 석방된 말 도둑은 도망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세 시쿠로 님은 위대한 분이시다. 말을 훔친 도둑인 나를 풀어 주셨다. 궁지에 몰려 이세 시쿠로 님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말을 했는데 오히려 내 목숨을 구해 주셨다.“ 세상의 화목이라는 열매는 하루 아침에 열리는 것이 아니다. 그 아래 깊은 뿌리의 자비(慈悲)가 없으면 안된다. 선정(善政)은 국민들이 납득하는 데서 비롯된다. 국민을 다스림에 덕(德)이 없으면 잔인한 통치자가 되어 버린다. 덕(德)이란 자신의 몸을 꼬집어 보고 그 아픔을 남의 고통을 헤아려 아는 인정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지식과 철학이 없는 통치자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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